“조선은 독립할 수 있었다” [새로 나온 책]

시사IN 편집국 2024. 5. 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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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기자들이 직접 선정한 이 주의 신간. 출판사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기자들이 꽂힌 한 문장.

단박에 한국사: 근대편

심용환 지음, 방상호 그림, 북플랫 펴냄

“조선은 독립할 수 있었다.”

흥선대원군의 개혁은 성공인가, 실패인가? 안중근은 왜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을까? 3·1운동은 약소민족의 단순한 몸부림에 그쳤던 것일까. 무엇보다 19세기 말~20세기 초의 상황에서 조선은 근대화된 독립국가로 나아갈 잠재력을 갖고 있었을까? ‘역사 커뮤니케이터’ 심용환이 흥선대원군 집권 시기부터 일제강점기, 치열했던 독립투쟁사, 해방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근대사를 마치 소설 한 편처럼 박진감 있는 문체로 정리했다. ‘한국의 근대사’를 다룬 책이지만, 저자의 평소 소견답게, 동아시아 및 세계사적 관점에서 그 시기를 풀어 썼다. 그래서 양무운동, 메이지유신, 신해혁명, 러시아혁명, 중일전쟁 등 당대의 주변국 사정을 서술한 부분도 많고 흥미롭게 서술되었다.

 

패브릭

버지니아 포스트렐 지음, 이유림 옮김, 민음사 펴냄

“아담이 땅을 고르고 이브는 실을 자았으니, 어떻게 둘 중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있겠는가?”

고고학자 아서 에번스는 크레타 크노소스 궁전 터를 최초로 발견해 인류 발전의 기원을 연구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에번스는 점토판에 새겨진 ‘탑’ 모양 상형문자를 문명 태동의 증거로 여겼지만, 그가 죽고 나서야 해당 문자가 ‘탑’이 아닌 ‘술이 달린 섬유’를 묘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엇이 문명의 증거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섬유·실·염료 등 각 장의 소제목을 따라 읽어나가다 보면, 경제·사회·문화 전반에서 인류가 한 발짝 진화할 때마다 직물이 기폭제 역할을 했음을 알게 된다. 새삼스럽게도 ‘계획을 짜고’ ‘모임을 조직하고’ ‘코딩을 하는’ 일상 행위의 어원도 직물에서 비롯됐다.

 

이 책은 신유물론이다

심귀연 지음, 날 펴냄

“생태 위기는 인간들 입장에서나 위기이지, 물질의 입장에서는 반란일 수 있다.”

신유물론은 학계에서도 막 주목하기 시작한 이론이다. 구유물론에서는 인간 말고는 다 죽어 있는 ‘물질’로 보았다. 대표적인 것이 자연이다. 신유물론은 이렇게 물질로 폄하되었던 것들에 주목한다. 그리고 물질들 안에서 능동성과 생기, 활력 등을 찾아낸다. 최근의 기후위기 현상은, 지구가 더는 참을 수 없다고 항변하는 목소리라는 것이다. 신유물론은 페미니즘과도 밀접하다. 페미니즘은 본디 여성 문제뿐 아니라 배제되어온 것들의 권리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이 책은 브뤼노 라투르, 로지 브라이도티, 제인 베넷, 도나 해러웨이, 캐런 바러드 등 대표적 신유물론자들의 사상을 중심으로 신유물론이 무엇인지 안내하는 입문서다. 난해할 것 같지만 쉽게 술술 읽힌다.

 

한 걸음 뒤의 세상

우치다 다쓰루 외 지음, 박우현 옮김, 이숲 펴냄

“이번에는 ‘후퇴에 대하여’라는 주제입니다.”

‘거리의 사상가’로 불리며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는 2021년 10월 출판사를 통해 편지를 한 통 띄운다. ‘후퇴’에 대해 논해보자는 원고 의뢰문이다. 그 시기 일본의 한 대학에서는 ‘후퇴학’ 심포지엄이 열렸다. 국력이 쇠퇴하고 보유한 국민 자원이 감소하는 일본에서 후퇴는 긴급한 의제가 되어야 하지만 정부와 사회는 논의를 피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력이 저하되는 가장 명징한 지표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꼽는다. 일본의 인구는 2004년 정점을 찍고 줄곧 줄어들고 있다. 인구와 후퇴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2019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후퇴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공동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일이기도 하다. 후퇴를 바라보는 16개의 서로 다른 시선이 담겨 있다.

 

우리의 활보는 사치가 아니야

김지우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내 몸속에 오롯이 나인 것은 많지 않다고, 다른 이들이 모여 나를 이룬다고 종종 생각한다.”

활보. 큰 걸음으로 힘차고 당당하게 걷는다는 뜻이다. 휠체어가 굴러서 ‘구르님’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10대부터 60대까지 휠체어 타고 활보하는 ‘언니들’을 인터뷰했다. 세상이 롤모델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서로의 참고 문헌이 되어주자고 생각했다. “휠체어를 탄 채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순응이나 실패가 아니라 바퀴의 동력으로 더 멀리 구르는 삶을 살게 된다는 말이었다.” 저마다 다른 삶의 반경 안에서 이들은 땀을 흘리고, 여행하고,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저자는 이 마주침이 “서로에게 웅웅대는 파장”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그 진동을 널리 퍼트리고 싶어서 쓴 책이다. 활보하며 연결되는 이야기들이 이렇게 우리 곁에 쌓이고 있다.

 

사람을 변호하는 일

김예원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나로서는 타고난 성격에 맞게 살려고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김예원 변호사 주변 지인들은 그에게 말한다. “적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겠어?” 당사자도 무슨 말인지 안다. ‘스스로 권리를 옹호하기 몹시 어려운 아동이나 장애인, 취약한 상황의 범죄 피해자들을 무료로 대리하는 변호사’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다. 타고난 성정도 있지만 그런 일을 하다 보면 저절로 기질이 키워지지 않을까. 김 변호사는 시각장애인이다. 그가 장애를 갖게 된 사연부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고구마 10개라도 모자랄 이야기다. 그가 변호인으로 만난 장애인, 아동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그의 타고난 성정에 한국 사회가 빚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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