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 유감 표명한 정부…라인야후 사태, 일본 소통 중이라더니
한일관계 복원하려 늦은 대응 비판에 정부 “절대 아냐”
정부에서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진 뒤 일본 정부를 대상으로 한 뒤늦은 유감 표명이 나왔다. 일본 정부의 무리한 한국 기업 경영권 빼앗기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하는데다 사태의 윤곽이 일본 기업들의 잇단 실적설명회(IR·아이알) 과정에서 확인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우리 기업에 지분 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강 차관은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과 해외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강 차관은 ‘누구를 대상으로 한 유감 표명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본 정부”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일본 정부의 두차례 행정지도 뒤 나온 정부의 첫 유감 표명이다. 그간 대통령실과 과기정통부·외교부 등은 일관되게 ‘네이버 입장 존중’ ‘(일본 정부와) 성실히 소통 중’ 수준의 입장만 반복해왔다. 국내 정보기술 업계 등에선 한-일 관계를 의식해 정부가 부당한 사태를 묵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은 유감 표명에 나선 건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가 네이버가 절반을 보유한 라인야후 지주회사(A홀딩스)의 지분 매각을 겨눴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사이버 지배구조 안정성 확보’ ‘자본관계 조정’과 같은 행정지도 때 담은 문구를 이유로 ‘지분 매각’을 특정해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라인야후는 물론 에이홀딩스 지분을 네이버와 나눠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도 최근 실적설명회에서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간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란 사실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종착역이 네이버 지분 매각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강도현 차관도 “일본 정부에서 확인된 입장과 조금 다르게 일본 기업 2군데 아이알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 데 대해 충분히 확인해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저강도 대응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 확산한 것도 뒤늦은 유감 표명의 배경이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에스엔에스(SNS)에 “라인(야후) 사태에서 일본 정부에 이어 소프트뱅크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네이버의 지분을 강탈하려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오늘이라도 신뢰하는 기시다 총리에게 전화해서 우리 기업의 권리를 지켜주셔야 한다”고 적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도 “일본 정부의 조처는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대한 적성국에 버금가는 반시장적 조처로 보인다”며 “기술주권 차원에서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원론적 입장만 밝혀온 데 대해 “국민들의 깊은 우려와 불안감 종식에는 부족해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를 ‘일본 정부의 압박을 받아온 라인야후의 네이버 축출’이라고 규정하며 “정부가 한-일 관계에 미칠 파장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은 더욱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일본한테 굴종적인 외교를 하는데 뒤통수만 맞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협상에서 라인플러스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포함될지 여부도 주목된다. 대만과 타이 등 네이버의 동남아시아 사업을 총괄하는 회사이나 라인야후의 자회사다. 지배구조 조정 없이 지분이 매각될 경우 네이버의 동남아 사업이 통째로 일본으로 넘어가는 구조란 얘기다. 이런 이유로 라인플러스에 소속된 한국 직원들이 동요하면서 네이버는 이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또 지배구조 개편 여부는 지분 매각 금액에도 영향을 미친다. 네이버 쪽은 이날 공식 입장을 내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협상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정유경 임지선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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