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KIA와 NC 뒤에는 ‘효자 용병’ 있었네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2024. 5. 1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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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개 구단 ‘웃고 울리는’ 외국인 선수 기상도…엇비슷한 전력 탓, 용병 활약 따라 순위 다툼 치열

(시사저널=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프로야구는 5월7일까지 전체 일정의 25%(720경기 중 180경기)를 소화했다. 올해의 경우 극강의 팀이 없는 터라 시즌 끝까지 안갯속 순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팀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10개 구단도 순위 다툼에 예민해진 탓에 덩달아 기대치를 밑도는 외국인 선수 교체 시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왼쪽부터) KIA 타이거즈의 제임스 네일, NC 다이노스의 카일 하트, 삼성 라이온즈의 데이비드 맥키넌 ⓒ연합뉴스

개막 한 달 만에 퇴출 용병 나와

올해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먼저 칼을 뽑아든 팀은 SSG 랜더스다. SSG는 4월27일 로버트 더거를 퇴출했다. 더거는 올해 처음 리그에 도입된 자동볼판정시스템(ABS) 적응에 애를 먹으면서 6경기에 등판해 3패 평균자책점 12.71(22⅔이닝 32자책점)의 성적을 남겼다. 피안타율이 무려 0.366에 이르렀다. 4월6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3이닝 12피안타 14실점(13자책점)으로 KBO리그 역대 한 경기 최다 실점 타이 기록을 쓰기도 했다. SSG는 더거 대신 오른손 투수 드류 앤더슨과 계약했다. 외국인 타자 기에르모 에레디아가 4할 안팎의 방망이 솜씨를 보여주는 것은 그나마 팀에 위안거리다.

LG 트윈스는 디트릭 엔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팀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망스러운 성적을 보이고 있다. 5월7일까지 8차례 선발 등판했는데 평균자책점이 5.14(42이닝 24자책점)에 이르고 있다. 피안타율은 0.295. 투구 수(경기당 94.9개)에 비해 평균 소화 이닝 수(5⅓이닝)가 너무 적다. 도루 허용 수는 13개로 꽤 많다. LG는 엔스와 더불어 케이시 켈리 또한 평균자책점이 5.09로 좋지 않다. 켈리는 2019년부터 6년째 뛰고 있는 LG 마운드의 수호신이어서 더 당혹스럽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힘을 잃으며 '디펜딩 챔피언'은 현재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외국인 타자 걱정은 2년 연속 오스틴 딘(타율 0.324 8홈런 25타점)의 활약 덕에 덜고 있으나 외국인 투수 퍼즐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김태형 감독을 새롭게 맞이한 롯데 자이언츠도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 복은 없다. 찰리 반즈는 7경기 평균자책점 4.65(40⅔이닝 21자책점), 애런 윌커슨은 8경기 평균자책점 4.73(45⅔이닝 24자책점)에 머물고 있다.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 성적이 반등하려면 이들이 마운드에서 버텨주는 힘이 필요한데 아직까지는 상대 타선을 압도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빅터 레이예스가 공격에서 제 역할(타율 0.362)을 해주기는 하지만 롯데가 가장 바라는 장타력(홈런 5개)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1선발 라울 알칸타라는 팔꿈치 통증으로 4월21일 키움 히어로즈전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있고, 브랜든 와델은 허리 부상으로 한동안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가 최근 팀에 복귀했다. 알칸타라는 5월3일 미국에 있는 주치의를 만나기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두산은 외국인 투수들 외에 야수인 헨리 라모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타격을 보여 이승엽 감독의 걱정만 늘어나고 있다. 7일까지 OPS(출루율+장타율)가 0.679에 불과하다. 홈런도 2개밖에 치지 못했다.

KIA 네일, NC 하트, 삼성 맥키넌, 투타에서 두각

시즌 초반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 불펜 투수진의 힘으로 상위권으로 도약한 삼성 라이온즈는 1선발로 영입한 코너 시볼드의 활약이 다소 아쉽다. 평균자책점이 5점대(5.13)에 이른다. 4년 동안 팀 에이스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뷰캐넌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새로운 외국인 타자 데이비드 맥키넌은 호세 피렐라를 잊게 하는 활약과 팀 친화력을 선보이고 있다. 출산휴가 때문에 잠시 팀을 떠나있기는 했으나 타율 0.387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 덕에 웃고 있는 팀들도 있다.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해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도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으로 고개를 떨궜던 KIA가 모처럼 외국인 원투펀치 덕을 보고 있다.

제임스 네일은 현재 1점대 평균자책점(1.26·부문 1위)을 선보이고 있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05(부문 3위)로 낮다. 경기당 평균 투구 이닝 또한 6이닝(7경기 43이닝 투구)을 넘는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1선발을 자랑하지만 미국프로야구에서 한동안 불펜투수로만 뛰었다는 우려는 있다.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네일이 종슬라이더에 약간 커브에 가까운 공을 던지고 있는데, 만약 스피드가 떨어지고 타자들에게 궤적을 읽히면 경기가 어렵게 풀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KIA의 윌리엄 크로우 또한 현재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다만 8경기 선발 등판에서 6이닝 이상을 책임진 경기가 단 한 차례밖에 없다는 점은 아쉽다. 3년째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있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조금씩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2023년 정규리그 MVP 에릭 페디의 미국행으로 전력 약화가 우려됐던 NC는 카일 하트와 다니엘 카스티노가 마운드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트와 카스티노는 9차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를 합작해 냈다. 평균자책점도 각각 3.48(하트), 3.95(카스티노)로 나쁘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바닥에서부터 야금야금 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는 KT 위즈는 외국인 선수의 면모에서는 남부럽지 않다. 웨스 벤자민은 3월 최악의 투구(2경기 8이닝 15자책점)를 보여줬으나 4월부터는 등판 때마다 6이닝 이상 책임지고 있다. 4~5월 성적(5경기 기준)만 놓고 보면 평균자책점이 1.83에 불과하다. 윌리엄 쿠에바스 또한 퀄리티 스타트를 6차례 기록(공동 1위)하는 등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평균자책점은 3.28. 여기에 4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온 멜 로하스 주니어도 홈런을 펑펑 터뜨리면서 부활한 강백호와 함께 타선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는 얕은 선수층 탓에 초반 상승세가 꺾였으나 아리엘 후라도(3승4패 평균자책점 4.13)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4승3패 평균자책점 3.60)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국내 선발진이 약해 키움과 맞붙는 상대팀은 선발 로테이션상 두 외국인 투수만 비껴가기를 바라고 있다. 성장형 아이콘인 로니 도슨 또한 타율 0.328로 연봉 값(55만 달러)을 해내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리카르도 산체스, 펠릭스 페냐, 요나단 페라자가 그나마 힘을 내고는 있으나 국내 선수들이 부진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페라자는 지난해 한화 외국인 타자들(브라이언 오그레디, 닉 윌리엄스)이 시즌 내내 터뜨린 홈런 수(총 9개)를 벌써 넘어섰다. 외국인 선수만 보면 지난해보다 전력이 플러스가 됐는데 성적은 제자리인 모양새다. 국내 선수들의 반등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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