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in] '1번 국도' 명성 옛말…사고 빈발 평택·천안 경계 '만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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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때부터 이 다리를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오늘 같은 일은 처음입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유천동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을 잇는 만건다리 앞에선 농민 A(69) 씨가 안전 시설물 공사 관계자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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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땜질 처방 말고 재가설해야"…관리청 천안시 "전향적으로 검토"
(평택·천안=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아버지 때부터 이 다리를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오늘 같은 일은 처음입니다."
지난 9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유천동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을 잇는 만건다리 앞에선 농민 A(69) 씨가 안전 시설물 공사 관계자들과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평택에 살면서 천안에 있는 논에 수십 년을 오갔는데 이날 공사로 안전 구조물 높이가 조정되면서 트랙터 지붕이 걸려 다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A씨는 "이 다리는 평택과 천안을 잇는 다리여서 천안 주민이 평택 논으로, 평택 주민이 천안 논으로 오가는 유일한 농로"라며 "다리 안전 문제로 통행 차량 높이를 제한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농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통로인 만큼 농기구는 지나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공사 관계자들은 안전 구조물 높이를 2.6m 정도로 조정했고, 트랙터는 간신히 다리를 통과했다.
1번 국도의 한 구간이었던 이 다리는 1957년 길이 390m, 폭 6.5m 규모로 개설됐으며, 한때 '안성천교'로 불렸다.
명절 때면 수도권에서 충청권, 전라권으로 향하는 수많은 귀성·귀경 차량행렬이 지나던 교량이다.
1993년 이곳에서 직선거리로 450m가량 동쪽에 건설된 새 안성천교로 1번 국도 구간이 조정되면서 통행량은 종전에 비해 확 줄었다.
하지만 평택 유천동과 천안 성환 주민들은 반대편으로 넘어갈 때 안성천교를 경유하려면 3.5㎞가량을 우회해야 하는 불편 탓에 여전히 이 다리를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
문제는 예상외로 이 다리의 통행량이 많다 보니 오가는 차량이 철제 구조물에 부딪히는 크고 작은 사고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어진 지 올해로 67년 된 이 다리는 현재 하중 안전 문제로 통행 차량 높이가 2.4m로 제한돼 있다.
관할 관청인 천안시는 대형 차량 통행을 막으려고 교량 양쪽 끝에 철제 구조물을 설치해놓았다.
이날 현장에서 구조물 재공사를 한 관계자는 "얼마 전 대형 차량도 아닌 택시가 이곳을 지나다가 구조물을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며 "차 보험사로부터 의뢰를 받아 이날 구조물을 다시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우리 업체에서 이 다리 구조물 공사를 한 건수만 5건이 넘는다"며 "한번은 캠핑카가 높이 제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지나다가 사고를 내는 등 예상하는 것보다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고 덧붙였다.
유천동 주민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다리 자체를 넓히는 재가설 공사를 해 높이 제한 구조물을 아예 치워야 한다고 말한다.
주민 B씨는 "안전 문제로 통행 차량 높이를 제한하고, 곳곳에 부서진 콘크리트를 채워 넣는 땜질식 처방만 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다리를 재가설해 확장해야 한다"며 "평택시와 천안시뿐 아니라 경기도와 충남도 경계에 있는 다리다 보니 어느 한쪽에서도 신경 써주지 않는 듯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관할 관청인 천안시 관계자는 "안전 진단에서 D나 E등급이 나오면 위험 교량으로 분류해 재가설을 추진할 수 있겠으나, 만건다리는 2022년 안전진단 당시 C등급이 나온 다리여서 올해 하반기 보수할 계획"이라며 "다만 평택과 천안 양쪽 주민들의 불편 민원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만큼 재가설이 가능한지도 전향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평택시 관계자는 "만건다리와 관련한 주민 불편 민원은 수시로 들어오고 있다"며 "관할 기관은 천안시지만 평택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해 천안시에 재가설에 대한 공식 건의문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goa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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