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괴롭히는 가족과의 단절, 정당방위인가
기대만큼 상처주기 쉬운 관계가 ‘가족’
신체·정서적 학대 등 괴롭힘 당했거나
단절 후 생활서 오는 고통에 몸부림도
심리학자가 전하는 나를 해방시키는 법
“스스로 정한 경계선을 굳건히 지켜야”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제효영 옮김/ 심심/ 2만1000원
세상에는 온기를 머금은 단어가 수도 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유독 가깝고 흔해서 자칫 잊고 살기 쉬운 단어를 고르라면 바로 ‘가족’일 듯싶다. 날마다 얼굴을 마주하고 많은 시간을 공유하지만 서로 속마음을 온전히 내보이기가 구차하게 느껴지듯, 가장 익숙하고도 낯선, 가장 사랑스럽기에 가장 미워할 수밖에 없고, 서로 걱정하면서도 더욱 냉정해질 수 있는, 그래서 가장 가깝고도 먼 이름이 가족이다.
그는 해로운 가족에게서 벗어나는 법을 3부로 나눠 설명한다. 1부에서는 해로운 가족이 지닌 특성, 이들과 단절해야 하는 이유,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지지하기 위한 방법들을 안내한다. 2부에서는 가족의 학대가 발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설명하면서,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3부에서는 관계 단절 후 가족의 보복과 2차 가해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해롭지 않은 다른 가족은 어떻게 대하면 좋을지 등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실용적인 조언을 들려준다.
해로운 가족에게서 벗어난 이들이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로운 가족의 조종과 심리적 지배에 오래도록 짓눌려 자기 긍정감이 낮고, 자신의 판단력을 신뢰하지 못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영아기 때부터 성장 과정 내내 해로운 가족의 학대가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노출되어 “자신이 얼마나 나쁜 아이이기에 나를 사랑해야 할 사람들이 사랑해주지 않는 걸까”라는 자기 회의감에 빠진다. 이들은 ‘나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다’라는 근원적인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118쪽). 저자는 이런 상처를 극복하려면 마음 깊은 곳 트라우마를 들여다보고, “그들이 주입한 자신에 대한 거짓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121쪽). 생애 발달 단계와 단계별로 생존자가 겪은 애착 문제, 생존자의 뇌에 남은 트라우마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생존자가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받아 자신을 불신하게 되는지를 밝힌다.
해로운 가족은 단절 이후에도 제3자를 이용해 접근하거나, 사회적 상황을 빌미로 괴롭힘을 시도하며 생존자의 인생에 계속해서 끼어든다. 생존자의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이 2차 가해를 하기도 한다. 2차 가해는 “생존자와 친분이 없는 사람이 가족과의 불화에 끼어들고, 생존자가 끔찍한 인간이라는 해로운 가족의 주장에 물들어 그 가족과 함께 생존자를 비난하는 형태로도 발생”할 수 있다. 비난의 화살을 생존자에게 돌리려는 가해자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심코 학대에 동참하는 것이다(286쪽). 2차 가해의 형태로는 선물과 카드 보내기, 경제적으로 위협하기, 질병과 사망 소식을 이용해 접근하기 등이 있다.
종종 생존자는 자신의 사정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처한 상황을 지나치게 세세히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설명해 줄 필요는 없으며 그냥 ‘신경 써줘서 고맙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답하면 된다고 조언한다. 해롭지 않은 가족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단절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이는 타협할 수 없는 경계선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332쪽).
저자는 “해로운 가족에게 당한 것을 되갚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내면의 평화와 행복을 찾고 멋지게 잘 살아가는 것”(347쪽)이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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