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가상자산 투자 과연 안전할까요?

송은아 2024. 5.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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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지 블룸버그 탐사전문기자
달러 연동 테더코인 2년간 취재
자금 보관 허술하고 범죄 등 악용
FTX 창업자 등 흥망성쇠도 추적
“암호화폐 투자 정말 멍청한 짓”

비이성적 암호화폐/ 제크 포크스/ 장진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만2000원

테더코인은 세계 3위의 시가총액을 가진 가상자산이다. 1, 2위인 비트코인·이더리움과 달리 1개가 1달러에 가치가 고정된 스테이블코인이다. 테더 하나를 가져가면 1달러로 교환할 수 있다.

2021년 5월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탐사기자 제크 포크스는 편집자로부터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뭐 아는 게 있는가’라는 업무 제안을 받자 테더를 파고든다. 당시 유통 중인 테더코인 수는 550억개였다. 이는 550억달러가 어딘가에 있다는 뜻. 포크스 기자는 ‘이 돈은 어디에 있나, 무엇이 테더코인의 가치를 담보하나’ 의문을 갖고 광범위한 취재에 들어간다.
스테이블 코인인 테더코인의 자금이 실재하는지 2년간 취재한 저자는 “나는 처음부터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은 꽤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멍청한 짓이었다”고 말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간 ‘비이성적 암호화폐’는 이렇게 시작된 2년여간의 추적을 담았다. 맨해튼, 마이애미, 바하마, 스위스, 이탈리아, 엘살바도르, 필리핀 등에서 가상자상업계 유명인, 억만장자, 창업자, 코드 설계자, 도박꾼까지 수백명을 인터뷰했다. 암호화폐 로맨스 사기로 불리는 ‘돼지 도살’을 추적하고자 캄보디아의 차이나타운에도 잠입했다. 이 과정에서 알아낸 주요 인사들의 못 미더운 행태, 허술하게 돌아가는 위험한 시장, 가상자산이 범죄에 이용되는 현실을 전한다.

저자는 테더의 ‘돈’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이라는 실마리를 따라간다. 테더의 공동창업자였던 아역 배우 출신의 브록 피어스는 비트파이넥스(가상자산 거래소)의 지안카를로 데바시니 사장이 테더의 지분을 가진 실세라고 했다.

데바시니의 경력은 수상쩍었다. 이탈리아에서 잠깐 성형외과 의사를 한 그는 1990년대 아시아 전자 부품을 팔다 소프트웨어를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저자는 사람에 이어 은행에 주목했다. ‘테더가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자본을 진짜 가졌는지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거래 은행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그렇게 찾아낸 거래은행 한 곳은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스타트업 ‘노블 뱅크 인터내셔널’이었다.
제크 포크스/ 장진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만2000원
테더와 노블 은행의 관계는 2018년 험악하게 끝났다. 데바시니는 약 10억달러의 예치금을 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은행 측은 테더코인이 투자자들에게 한 약속과 다르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데바시니는 모든 자금을 인출해 버렸다. 노블 은행의 창립자 존 베츠는 “테더코인은 스테이블 코인이 아니다. 위험이 높은 역외 헤지펀드”라며 “테더와 거래하는 금융회사조차도 테더의 보유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또는 그게 정말 존재하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2017년 무렵 은행권은 비트파이넥스, 테더와 거래를 꺼렸다. 이 때문에 비트파이넥스는 파나마 소재 송금 서비스 업체인 크립토캐피털을 이용해 자금을 이동시키다 호되게 당하기도 했다. 2018년 여름 크립토캐피털 계좌에 거의 10억달러를 예치했는데, 돌연 비트파이넥스 고객들의 인출 서비스가 중단됐다. 폴란드 당국이 위법 혐의로 크립토캐피털의 계좌를 모두 몰수했기 때문이다. 비트파이넥스는 이 구멍을 테더의 지급준비금을 유용해서 메웠다. 뉴욕 검찰 투자보호국은 2019년 이를 전해 듣고 경악했다.

저자는 2021년 10월 조사 내용을 정리해 ‘690억달러 암호화폐 미스터리’라는 기사를 발표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테더의 자산이 실재하는지, 안전하게 관리되는지 명확히 결론 내리기 어려웠다.

저자가 만난 인물 중에는 테더의 초대형 고객인 샘 뱅크먼 프리드도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FTX 창업자인 뱅크먼 프리드는 2022년 12월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5년형을 선고받고 최근 항소했다.

그의 목표는 돈을 가능한 많이 벌어서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효율적 이타주의’였다. 저자는 “뱅크먼 프리드는 자신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고 정말로 믿는 듯이 말했다”며 “하지만 그의 철학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거의 모든 일을 정당화하려는 핑계처럼 들렸다”고 적었다.

FTX가 파산신청을 하고 8일 후 저자는 뱅크먼 프리드를 다시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기댓값이 양인 결정을 많이 내렸고, 멍청한 큰 결정은 조금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나쁜 큰 결정을 몇 가지 내렸고, 그것들이 다른 모든 것을 압도했는지도 모르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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