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시나리오...미중 전쟁 격화·트럼플레이션 다시 찾아올까

민서연 기자 2024. 5.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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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금리·이민규제책 모두 미국 경제에 인플레 유발할 것”
대중 무역 규제 강화하는 바이든 행정부, 예전 트럼프 재임시절과 유사

미국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엇갈릴 미래 상황에 대한 관측이 제시된다. 우선 누가 되더라도 중국과의 패권 경쟁 격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필두로 한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은 앞으로도 격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당선 시 인플레이션이 더 격화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과거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이미 한차례 미국에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트럼플레이션(트럼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말도 만들어 낸 바 있는데, 그가 재집권을 위해 지금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보면 현재 미국을 강타한 인플레이션이 한 층 더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물가 높였다며 바이든 공격하더니...트럼프 정책은 예정된 인플레이션

9일(현지 시각) 미국 악시오스는 트럼프가 대권 재도전에서 (바이든 정부가 조성한) 높은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의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 시민들은 코로나 엔데믹 이후 찾아온 인플레이션으로 고물가에 시달리면서 바이든의 정책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고, 트럼프는 이를 바이든의 약점으로 꼽으며 현 정부의 무능을 공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ABC 뉴스와 입소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거의 9명은 경제와 인플레이션이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악시오스는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너무 큰 탓에 트럼프가 경제 공약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피해 나가고 있다며, 트럼프 경제 철학의 주요 원칙 중 최소 네가지가 심각한 인플레이션 위험을 수반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보호무역주의를 통한 보편적 관세, 더 낮은 금리 및 세금, 이민 규제가 그 정책들이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 미국 밖 생산 자동차에 100% 등의 관세를 각각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대규모 세계 무역 전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일반 가구에 세금 인상을 초래하지만, 트럼프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다른 나라들이 부담하게 한다는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는 유권자들의 세금을 줄여준다는 메세지도 보내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수요가 늘고 물가를 높일 가능성이 있으며, 이민 규제도 대다수 미국인의 지지를 받기는 하지만 노동력 부족을 악화해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

금리와 관련해 트럼프는 재임 중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도록 금리를 극적으로 낮추지 않는다는 이유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종종 공격하고 있다. 연준은 물가상승률이 잡히기 전까지 금리 인하를 신중하게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측근들이 연준의 독립성을 무너뜨리고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통령이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연방 기관들의 낭비가 많고 불필요한 지출이 크다며 자신이 집권한다면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사용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또 석유 및 가스 시추 확대 등 에너지 지배력을 발휘하려는 자신의 계획을 자주 언급하며,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악시오스는 이는 트럼프의 주장일 뿐이며, 인플레이션 논쟁에서 트럼프의 가장 큰 이점은 오직 재임 중의 물가상승률 기록이라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경제에 큰 타격을 주기 전, 그의 첫 임기 동안 연평균 인플레이션율은 2% 미만이었다.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기준 3.2%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 대중 외교책 따라가는 바이든, 누가 당선돼도 미중 갈등은 격화

또한 외신들은 대중 정책 관련,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더 격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집권 당시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맞대응 전략)’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지휘했던 트럼프는 재집권을 위한 보편적 관세정책에서 중국에 대해서 만큼은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재임 시절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언하고 밀어붙였던 정책의 연장선이다. 또한 트럼프는 현재 바이든 정부가 펼치고 있는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한 제재인 ‘디리스킹(위험 회피)’ 정책을 강화하고 중국을 옥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대중국 고율 관세는 최근 중국과 대치 중이자 미국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가 과거 자국 내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자금을 지원하던 정책은 보조금을 내걸고 미국 내 생산라인 건설을 유치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으로 연결됐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행보는 트럼프 못지않게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11월 대선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 제재는 지속적으로 강화될 전망이다. NYT는 “대통령 참모진은 유럽에서 나타나는 중국의 과잉 생산을 통한 저가 상품 급증 징후에 주목하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국영은행 대출 등 막강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자국 기업의 과잉 생산을 부추기고 가격경쟁력을 높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중국 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조사에 돌입한 상태다.

또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미국 비공개 AI 소프트웨어의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규제도 고려하고 있다.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하원 청문회에서 “올해 말까지 재무부가 (중국 투자 규제 관련) 규칙을 완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상무부는) 우리가 AI 관련해 가장 걱정해야 할 부문 및 우려해야 할 회사를 파악하는 것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에 따르면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도 규제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은 심화되는 미중 무역 갈등은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부총재는 7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각국이 누구와 무역하고 투자할지 결정할 때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진다”면서 이러한 분열 모습이 최악의 경우 세계 GDP(국내총생산) 7%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 전쟁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도 타격을 줄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일부 해외시장 내 중국 제품 대체 효과 등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저가 제품이 미국 외 시장으로 쏟아지면서 치열한 가격 경쟁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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