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고민 늘어난 환테크족… 엔테크에 시큰둥, 달러예금서 돈 뺀다

박슬기 기자 2024. 5. 11.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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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엔저에 요동치는 외환시장]① 쪼그라든 엔화 투자 수요, 달러는 환차익 실현
[편집자주]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16일 역대 4번째로 1400원대를 터치했다. 외환당국 구두 개입으로 환율은 안정화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370~1380원선을 꿋꿋하게 지킨다. 강달러 현상이 이어지면서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환테크 투자가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반면 보험 시장에선 달러보험이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환율이 강세를 보이며 불티나게 출신했던 과거와 달리 까다로워진 판매 절차 탓에 비중을 줄인 모습이다. 아울러 달러 대비 기록적인 엔화 약세가 계속되자 일본 시장을 통해 미국채를 사들인 투자자들의 한숨은 깊어지는 모습이다.

엔테크에 대한 열기가 시들면서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달러 역시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달러예금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그래픽=김은옥 기자
지난해부터 엔저가 지속되고 있지만 엔화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본은 지난 3월 마이너스(-) 0.1%였던 금리를 0~0.1%로 올리며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지만 엔테크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와 다른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월16일 1400원선을 터치하며 강세를 보였지만 달러 환차익을 보기 위해 투자자들은 달러예금에서 돈을 빼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엔테크 열풍 꺼졌나… 엔화 반등 기대감 '뚝'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1조2345억엔으로 전월 말(1조2412억엔) 대비 0.54%(67억엔) 줄었다.

지난해 말(1조1330억엔)과 비교해선 약 9%(1015억엔) 늘긴 했지만 올 2월부터 5대 은행의 엔화 예금 잔액은 1조2000억엔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올해 엔화가 맥을 못추는 양상을 보이면서 엔화 투자 수요가 쪼그라든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160엔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엔 '심리적 지지선'인 155엔 선을 웃돌았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40엔대였지만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이란 예상과 미국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지연되면서 엔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행은 0%대 기준금리를 지속하면서 완화 정책을 고수하는 가운데 미 연준 역시 5.25~5.50%의 금리를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미·일 간의 높은 금리차가 오랜 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엔저, 강달러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엔테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높았다. 5대 은행의 엔화예금잔액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6222억엔에 그쳤지만 6개월 뒤인 같은해 9월엔 1조334억엔을 기록, 1조억엔대에 진입했다.

당시 시장에선 엔화 가치가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일본은행이 17년간 유지해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행은 17년만에 금리를 인상해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지만 추가 금리 인상 계획이 없어 시장에선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때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본이 피벗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엔화가치가 반등하기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엔테크로 인한 수익 실현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는 만큼 엔화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신규 엔화예금 수요이 늘어나는게 일반적이지만 당분간 반등하기엔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긴 호흡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 엔테크에 대한 관심은 많이 식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원/달러 1400원선 뚫자 환차익 실현 잇따라


반면 달러 가치는 올 초부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고물가와 중동 지정학적 위험이 겹치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멀어지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6일 역대 4번째로 1400원대를 터치했다. 하지만 높은 변동성을 우려한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으로 1360원대로 진정된 상황이다.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7일 기준 566억5300만달러로 지난해 말(553억6400만달러)보다 2.3%(12억8900만달러)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12월 말(629억2829만달러)와 비교해선 약 10%(62억7529만달러) 줄었다.

8일 환율(1361.5원) 기준으로 원화로 계산하면 5개월여만에 약 8조5700억원의 자금이 5대 은행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629억 2829만달러, 올 1월 말 593억 5551만달러, 2월 말 578억3013만달러, 3월 말 573억7760만달러 등으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서다 1360원대로 내려 앉으면서 이를 단기 고점으로 인식한 기업과 개인이 달러 예금을 내다 팔아 대규모 환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달러 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적립했다가 만기가 됐을 때 원화로 돌려받는 금융상품으로 환율이 내리면 예금 수요가 증가하고 환율이 오르면 예금을 찾으려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강달러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를 당초 6~7월에서 3분기 이후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 BoA(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전망 횟수를 기존 3회에서 1회로 조정했다. 도이치뱅크는 4회에서 1회로, 골드만삭스는 3회에서 2회로 조정했다. 웰스파고, TD는 기존 4회에서 2회로 조정했다.

이에 더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지정학적 우려도 달러 인출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전쟁 등 대내외 불안이 가중되면 경제 주체들은 달러 등을 은행에서 인출해 현금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올 9월 또는 11월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말에는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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