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학자의 눈으로 한국 외교를 포착하다
“모든 기록이 중요합니다.”
‘나의 외교가 산책’(올림)을 쓴 이성미(85)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말했다. 그의 남편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김영삼 정부 초대 외무부 장관, 노무현 정부 초대 주미 대사를 지냈다. 이 교수는 그 덕에 뜻하지 않게 외교가(街) 안주인 노릇을 하게 된다. 그때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앞서 한 교수가 ‘외교의 길’이라는 책으로 당시를 회고했지만, 저자는 “그 책에는 담기지 않은 내 이야기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기억, 일종의 ‘허스토리(Herstory)’다.
장관 공관에서 외빈을 맞는 행사는 물론 학자로서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썼다. 미 워싱턴 외교 서클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주미 대사 부인 시절인 2004년, 외교가 소식지 ‘워싱턴 디플로맷’에 그를 인터뷰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모두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한 일이다.
책은 1993년 외무부 장관 부인 시절, 영부인 힐러리 클린턴을 만났을 때의 일화도 소개한다. ‘남편 내조를 위해 교수직을 관두라’는 주변의 성화를 털어놓았다. 힐러리 여사는 “당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주변의 반은 동의하고 반은 반대할 것”이라며 “결정은 전적으로 당신만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사진이 빼곡해 사료집 같기도 하다. “미술사학자는 기록을 중시합니다. 저는 카메라를 부엌에 놔두고 항상 사진을 찍었어요. 편지는 고이 모아뒀습니다.” 저자만이 말할 수 있는 한 시절을 오롯이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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