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포항, 원동력은 ‘백발백중 스카우팅’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는 좀처럼 녹슬지 않는다. 지난 10시즌 동안 리그 4위 아래로 내려간 적이 3시즌뿐. 7시즌은 늘 우승 경쟁을 했다. 이런 성적을 거둔 팀은 울산 HD, 전북 현대와 함께 세 팀뿐이다. 다른 게 있다면 울산과 전북은 매 시즌 연봉 총액 1~2위를 다툰다는 점. 감독에 따라 성적도 부침이 있었다. 그러나 포항은 연봉 총액이 하위권이다. 지난 시즌은 1부 리그 12팀 중 9위(94억원)였다. 울산(183억원)·전북(198억원) 절반 수준이다. 2022시즌은 10위(77억원)였다. 올해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석. 그런데 성적은 1위를 달린다. 5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고 저연봉 고성과를 일궜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나고, K리그 초보 감독 박태하 체제로 전환됐는데도 위용이 여전하다. ‘축구는 자본과 감독 놀음’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유소년에서 시작되는 ‘포항 정신’
포항은 2003년 포철동초(U12)-포철중(U15)-포철공고(U18·2013년부터 포항제철고)로 이어지는 연령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지금 포항 선수단 역시 37명 중 10명이 포항제철고 출신. 꾸준히 젊은 새싹을 키워내는 덕분에 많은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전통은 선수들에게 자부심과 충성심을 키워 준다. 최고참 신광훈(37) 역시 포항 유스 출신. 도합 10시즌 넘게 포항에서 뛰었다. 그는 “다른 팀에서도 뛰어봤는데 포항에는 특유의 응집력과 끈끈한 분위기가 있다. 선수와 감독, 선배와 후배 단합이 잘된다”고 말했다.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 역시 포항에 오면 이 ‘포항 정신’을 공유한다. 외국인 선수도 자연스레 스며든다. 구단 사상 첫 외국인 주장 완델손(35·브라질)은 네 시즌 넘게 포항에서 뛰면서 ‘포항 정신’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 시즌 새로 이적한 외국인 선수들을 집으로 초대해 ‘포항 정신’을 전파한다. 이런 ‘포항 정신’이 승리욕도 끌어올린다는 게 선수들 고백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탄탄하게 다져 놓은 유스팀이 포항 선전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백발백중 스카우팅
포항은 옥석을 가려내는 스카우팅 감각도 남다르다. 2023시즌을 앞두고 스타급으로 보기는 어려운 오베르단·백성동·김종우 등을 영입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전문가가 많았다. 그러나 그해 백성동은 리그 도움왕이 됐고, 김종우는 FA컵(현 코리아컵)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다. 브라질 출신 오베르단은 리그 베스트11에 들었다. 올 시즌엔 2022년 영입한 정재희가 9경기 7골을 넣으면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포항 전력강화팀은 시즌 시작과 동시에 바로 그다음 시즌 영입할 선수를 물색한다. 정해진 예산과 팀 사정을 고려한 최적 선택을 하려는 것이다. 필요하면 직접 접촉도 한다. 선수 1명을 1~2년 정도는 면밀히 관찰해 두는 덕에 실패가 적다. 다른 팀에서는 구단이 일방적으로 선수를 데려오고, 감독이 기용을 거부하면서 생기는 마찰로 골머리를 자주 썩는다. 반면 포항은 전력강화팀과 감독이 정기 회의를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잘 없다. 포항 스카우트가 브라질에서 김기동 당시 감독에게 꾸준히 영상을 보내 오베르단을 영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보이는 태도도 면밀하게 관찰한다. 팀에 녹아들 수 있는지 보는 것이다.
감독 선택도 탁월하다. ‘포항 정신’을 잘 구현할 인물을 찾는다. K리그에서 감독 경험이 없었던 김기동·박태하 감독을 깜짝 임명해 좋은 결과를 낸 게 그 방증이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포항 유소년과 스카우팅 시스템은 전통적 강점이고 올 시즌 약진은 시스템뿐 아니라 박태하 감독이 훌륭하게 이끄는 덕도 크다. 포항은 감독을 고르는 안목이 특별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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