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드리밍[전승훈 기자의 아트로드]
● 라호이아 코브 바다사자
항구도시 샌디에이고는 미국에서 여덟 번째, 캘리포니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4∼7일(현지 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여행박람회 ‘IPW 2024’에 참석한 길에 렌터카를 빌려 인근 도시 샌디에이고로 향했다. 서부 해안선을 따라 시원스럽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샌디에이고 도심까지 가려면 약 30분 남았지만, 태평양으로 지는 일몰을 보기 위해 라호이아 코브(la Jolla Cove·라호이아곶)로 차를 몰았다.
일몰 예정 시간은 오후 7시 반. 15분 정도 남았다. 차창 밖으로 붉은 해가 바다 위 구름 근처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니 맞은편 해안가 절벽 위 야자수 실루엣 사이에 붉은 태양이 걸려 있다. 티셔츠에서만 보던 남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여기는 캘리포니아주가 해양생태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곳. ‘낚시, 수영, 선박운행 절대 금지’라는 경고문이 적혀 있다. 또 다른 안내문에는 ‘물개와 바다사자가 왜 여기 있을까’ 같은 궁금증에 대한 해설도 있다. 수중에서 먹이 활동을 하다 하루에 7∼8시간은 바닷가 바위에서 몸을 말리며 체온 조절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샌디에이고는 세계 최대 규모 동물원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쥬라기 공원’에 영감을 준 사파리, 범고래와 벨루가를 볼 수 있는 ‘시월드’ 같은 동물원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렇게 동물원이 아닌 자동차도로 아래 해안가에서도 물개와 바닷새를 볼 수 있다니…. 일몰을 찍으러 갔다가 자연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찍은 기분이랄까.
● 시내 곳곳 ‘하성 킴’ 얼굴
시포트빌리지의 또 다른 명소는 ‘USS 미드웨이 박물관’. 2022년 영화 ‘탑건 2: 매버릭’이 개봉할 당시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시사회에 톰 크루즈는 헬기를 타고 퇴역 항공모함 미드웨이함 갑판에 착륙하며 영화 속 모습처럼 등장했다. 미드웨이함은 1945년부터 1992년까지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걸프전에서 활약한 항공모함. 2004년 개조해 미 해군 박물관으로 문을 열었다. 관광객들은 갑판을 거닐며, 위풍당당하게 도열한 전투기와 헬기, 폭격기 등을 볼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예술로도 도심을 활성화해 왔다. 대표적인 곳이 뉴욕 센트럴 파크보다 큰 490ha 규모의 발보아 파크다. 유럽에 온 듯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야자수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선사한다. 공원 안에는 17개 미술관, 7개 공연장, 18개 정원과 과학관, 음악홀, 동물원까지 하루에 다 둘러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설들이 있다.
● 멕시코풍 이국의 정취 물씬
올드타운에서 불과 50km 떨어진 국경을 넘으면 멕시코 티후아나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멕시코 땅이었다. 파드리스 응원 캐릭터가 정수리가 벗겨진 가톨릭 신부 모습인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파드리스라는 이름은 15세기 스페인 예수회 소속 성 디다쿠스(Didacus) 신부(Padres)에서 따왔다. 구단 기념품 매장에서는 수도승복을 입고 야구 하는 신부 캐릭터도 인기다.
올드타운 한복판에 있는 파드리스 홈구장 펫코파크(Petco Park)는 메이저리그 30개 야구장 중 접근성과 시설 면에서 1위로 뽑힌 구장이다. 올해 건립 20주년을 맞은 펫코파크는 경기가 없는 낮부터 구장을 둘러보는 사람들로 붐빈다. 구장 투어는 경기장 외야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빨간 벽돌 건물에서 표를 끊고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벽 맨 위에 ‘Western Metal Supply Co’라고 쓰인 이 건물은 1909년 지어진 철강회사였는데, 펫코파크를 지을 때 헐지 않고 경기장 일부가 됐다. 건물 한쪽 벽 모서리가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홈런과 파울을 가르는 좌측 펜스 기둥으로 쓰인다. 이 건물에는 연간 입장권을 구입한 VIP 관람객용 클럽하우스가 있다. 이곳에서는 선팅한 유리창 너머 불펜투수들이 등판을 준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펫코파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마르가리타빌 호텔 샌디에이고는 로비에서 복도, 객실까지 모두 멕시코풍이다. 멕시코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가 그린 짙은 눈썹의 자화상, 밀짚으로 짠 모자와 접시, 원색으로 그린 앵무새 같은 인테리어 소품이 가득하다.
글·사진 샌디에이고=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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