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부세 혼선, 민주당 진짜 입장은 무언가

조선일보 2024. 5. 1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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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가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비과세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자 하루 만에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원내대표의 개인적 견해”라며 “당내에서 그 문제와 관련된 정책적 검토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당 지도부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린 것이다.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부세는 대표적인 ‘정치 세금’으로 꼽힌다. 도입 목적으로 내세운 부동산 투기 억제 효과는 달성하지 못한 채 ‘부자세’로 남아 민주당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금으로 집값 잡겠다며 공시가격과 종부세율을 마구 올려 2021년 종부세 대상자가 100만명을 넘었다. 특히 투기와 상관없는 실거주 1주택 종부세 납세자가 문재인 정부 5년간 6.5배 늘었고, 이들의 납부 금액은 17배나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과세 기준을 완화했지만 여전히 1주택자가 전체 종부세 과세자의 27%를 차지한다. 투기와 무관하게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실거주자를 고통 주는 이런 징벌적 종부세는 손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 해도 실거주 1주택자는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종부세를 다 면제해 주자는 민주당 원내대표 제안은 또 다른 논란을 낳을 수 있다. 낮은 가격의 집 2채를 갖고 있는 사람과의 과세 형평성도 문제가 되고 ‘똘똘한 한 채’에 투기가 몰리는 부동산 쏠림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세금 제도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해서는 안 된다. 선의의 피해자를 줄이는 제도 보완은 필요하지만 세제의 예측 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주택 실거주자 비과세를 제안한 박 원내대표는 문 정부 때는 종부세를 가리켜 “반도체와 조선, BTS와 기생충, 오징어게임처럼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이라고 미화한 글을 공유했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도 일시적 2주택자 등 다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는 공약을 내놓았지만 그 후 새 정부가 종부세 부담 완화 대책을 내놓자 “부자 감세”라며 반대했다. 종부세에 대한 입장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진의를 종잡을 수가 없다. 민주당의 정확한 입장이 무언지 밝혀야 국민 혼란도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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