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인플레 때마다 할당관세·할인 지원…효과 미지수
물가 잡기 총력전
현대경제연구원(현경연)의 ‘경계와 대응이 필요한 물가 차별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토대로 주요 품목의 올해 물가 전망을 분석해 봤다. 우선 물가를 품목별로 보면 크게 상품과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상품에는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가, 서비스에는 ▶집세 ▶공공서비스 ▶개인서비스가 포함된다.
문제는 올해에도 구름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서리·집중호우 등 기상재해로 농산물 생산이 둔화하고 재배면적이 감소했는데, 올해도 이상고온 등으로 평년과 다른 기후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7~8%대(전년 동월 대비)였던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11.4%로 뛰어오른 뒤 3월 11.7%, 4월 10.6%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한때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한 국제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120~130달러까지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달러당 원화 가치가 1400원대까지 떨어지는 등 원화 가치가 약세(환율 상승)인 것도 악재다. 신지영 현경연 선임연구원은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가공식품 등으로 구성된 공업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가스·수도’와 ‘개인서비스’ 물가는 그나마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농·축·수산물’과 ‘공업제품’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낮게는 2.5%, 높게는 3%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게 현경연의 분석이다.
그런데 기존 대책의 재탕이라 물가를 잡는데 역부족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가 꺼내 든 ‘할당관세’와 ‘할인 지원’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먹거리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올 때마다 이 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선 할인 지원은 물량 수급을 조절하는 대신 유통업체에 보조금을 줘 소비자 체감 가격을 떨어뜨리는 대책이다. 세금으로 급한 불만 끄는 식이라 ‘조삼모사’란 지적이 나온다.
효과도 단기에 그친다. 실제 사과 소매가(10개)는 정부 할인 지원이 한창이던 지난 3월 19일 2만3725원(aT 기준)으로 올해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4월 말 2만6000원 선으로 올랐고, 이달 2일 2만7669원까지 치솟았다. 배 소매가(10개)도 3월 21일 3만5941원까지 내려갔지만, 4월 이후 4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 원장은 “할인 지원을 집중할 때만 물가를 식히는 ‘반짝 효과’에 그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물가 대책”이라며 “할인 지원을 대형마트나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는 만큼 전통시장과 동네 마트 등을 주로 이용하는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혜택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할당관세 효과도 논란이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한 이후 농업 부문 관세 철폐율은 지난해 기준 97% 이상이다. 이미 수입 농산물 대부분을 무관세(관세 0%)나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작다는 의미다. 수입산 농·축산물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수입업체와 유통업계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역차별’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세수(국세 수입) 펑크’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대책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원 규모 세수 결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도 국세가 1년 전보다 2조2000억원 덜 걷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 연간 4700억~6700억원이었던 할당관세 적용 규모는 2022년 1조9694억원까지 폭증했다.
지난해는 2조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할인을 지원하거나 할당관세를 확대하는 건 근본적인 물가 대책이 될 수 없을뿐더러 재정 상황만 악화할 수 있다”며 “고비용 유통구조 개선이나 수입 확대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한편, 고물가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 서민층을 위한 복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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