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으로 번진 라인 사태

김현예.홍상지 2024. 5.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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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분 매각 압박 유감, 부당·차별 땐 강력 대응”
라인야후 사태가 양국 정부가 모두 뛰어든 한·일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 사태는 보안 강화를 위한 것이지 경영권 변경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첫 공식 입장을 내놓은 직후, 한국 정부는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오후 “일본 정부는 행정지도에 지분매각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 해외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총무상이 이날 오전 행정지도는 네이버의 경영권 박탈을 위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지 5시간여 만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력 대응’을 거론한 건 일본 측 설명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취지로 보인다.

정부의 급격한 기류 변화는 주목할 부분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개별 기업 영업 활동에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다”며 “다만 우리 기업이 부당한 차별 대우를 받지 않고, 현지 시장에서 공평하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기업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해당국과 협의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네이버의) 입장과 요청 사항이 정리되면 그에 따라서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정부, 하루만에 강력 대응 입장 선회…반일 감정 자극제 될까 우려한 듯

이에 앞서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일본 총무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라인야후에 내려진 두 차례 행정지도에 대해 한국 측 반발이 강하다는 질문을 받자 “경영권 관점에서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이용자 이익을 확실히 보호하도록 요청하는 행정지도를 실시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마쓰모토 총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행정지도 내용을 언급하면서 “상당한 정도로 지배를 받고 있는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고, 모회사 등을 포함한 그룹 전체 보안 체제의 본질적인 재검토를 가속화하라는 등의 조치를 요청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인정보 유출을 계기로 보안 강화를 위해 모회사 지분 50%를 보유한 네이버와의 자본관계 재검토를 요청했을 뿐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마쓰모토 총무상의 발언에 대해 교도통신은 “외교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모양새”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 측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부족한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라인야후의 모회사인 A홀딩스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어 총무성의 자본관계 재검토 행정지도는 결과적으로 경영권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이버로부터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뺏는 것이 두 차례 행정지도의 목적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는 지난달 26일 주일 한국 대사관을 통해 일본 총무성과 접촉해 사실 관계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강 차관은 “이 건은 네이버의 입장 정리와 네이버의 이익이 극대화될 방향이 무엇인가를 찾는 게 중요해 지켜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네이버와는 지난해 11월 개인정보 유출 당시부터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고, 올해 일본 정부의 행정지도 후에도 지속적으로 협의했다는 것이다. 강 차관은 “이사 구성 등을 볼 때 라인야후의 경영권은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있었고, 네이버는 자사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왔던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섣부른 개입을 자제하는 기류에서 적극적 대응으로 선회한 건 이번 사태가 여론의 ‘반일 감정’을 자극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나서 경영권을 강탈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면 비난을 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네이버도 이날 첫 공식입장을 내놓고, 처음으로 지분 매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네이버는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미래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회사 자원의 활용과 투자에 대한 전략적 고민과 검토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지분 매각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확정된 구체적인 내용으로 설명 할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마쓰모토 총무상은 7월 1일로 예정된 라인야후의 보고서를 “확실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총무성은 4월 제출한 라인야후의 개선책 보고서에 대해 “구체적인 범위나 시기 기재가 없다”며 크게 미흡하다고 보고 두번째 행정지도를 내렸다. 총무성의 두 차례 행정지도 이후 라인야후를 둘러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은 급물살을 탔다. 이데자와 다케시(出澤剛) 일본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8일 네이버에 대한 지분 매각 요청 사실을 공식화했다. 소프트뱅크가 대주주가 되는 형태가 대전제라는 점도 밝혔다. 이튿날인 9일에는 미야카와 준이치(宮川潤一) 소프트뱅크 CEO가 “(네이버 지분) 1%부터 100%까지 매입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며 한발 더 나가기도 했다.

도쿄=김현예 특파원, 홍상지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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