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탄돌이, 코돌이, 파돌이

정우상 기자 2024. 5. 10.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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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상훈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 때 152석을 얻었고, 이 중 108명이 초선이었다. 노무현 탄핵 역풍 덕을 봤다고 해서 ‘탄돌이’라 불렸다. ‘탄돌이’라는 말 속에는 평소 같으면 도저히 당선될 수 없는 사람들까지 탄핵 역풍을 타고 당선됐다는 조롱의 뜻도 있었다. 고 노회찬 전 의원의 표현으로 하면 ‘길 가다 지갑을 주운’ 행운아들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총선 직후 그 초선들을 청와대로 불러 이렇게 말했다. “할 말은 천천히, 1년 뒤 삭여도 뼈가 남아 있는 말을 하자. 어쨌든 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해다.” 중진들까지 튀지 말라고 초선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줬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초선 군기 잡으면 그 사람을 물어 뜯겠다”는 어느 의원을 필두로 여기저기서 초선들의 ‘튀기’ 경연 대회가 시작됐다.

▶이들은 선수(選數)와 당론, 그리고 여야 합의를 중시했던 국회 문화에 반기를 들었다. 선거 혁명이 일어났으니 문화도 바꾸자고 했다. 지도부가 다른 당과 국가보안법 개정 협상을 벌이자 “국보법 완전 폐지”를 주장하며 농성을 했다. 당내에선 이들 108명 초선을 ‘108번뇌’로 불렀다. 이들은 편 가르기에도 능했다. 한 초선이 당내 계파와 의원들 성향을 그린 자기 나름의 조직도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108번뇌’는 야당과 싸우고 자기들끼리 싸우다 4년을 보냈다.

▶108번뇌의 시대를 지나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이 15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이 중 82명이 초선이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뉴타운 공약 덕을 봤다고 해서 ‘뉴타운돌이’로 불렸다. 2020년 총선 때 민주당 당선자 180명 중 85명이 초선이었는데, 코로나 지원금 덕을 봤다고 ‘코돌이’로 불렸다. 그때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는 “탄돌이 때의 108번뇌가 재현될까 걱정”이라고 했는데, 결국 2년 뒤 정권을 내줬다.

▶이번 총선 민주당 당선인 171명 중 초선은 71명이다. 총선 때 민주당은 물가 폭등 책임론을 부각하기 위해 대파를 한껏 이용했다. 이 때문에 이번 민주당 초선들에게 ‘파돌이’라는 별명이 생길 모양이다. 그런데 국회 등원도 전에 초선 71명 중 60명 이상이 채 상병 특검을 관철하겠다며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4년 전 민주당 정치인이 ‘코돌이’ 전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004년 우리는 승리에 취해 겸손하지 못했다. 대선서 패했고 총선서 81석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이 정치인은 ‘수박’이 아니라 친명 좌장이라는 이해찬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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