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늦어져도 증시는 오를 것"…낙관하는 이유[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5. 1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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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는 금리 인하가 멀어지는 듯한 소식만 들려오면 하락으로 반응하지만 금리가 현재 수준에서 오래 유지되는 것이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금리를 계속 동결한다는 것은 미국 경제가 그만큼 안정적이란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9일(현지시간) 발표된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1000건으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1만4000건을 웃돌며 지난해 8월 이후 최대치로 늘어난데 대해서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당장 우려할 이유가 없다고 보고 있다. 노동시장을 비롯한 미국 경제는 여전히 탄탄해 보인다는 지적이다.


금리 동결되는 동안 증시 상승
LPL 파이낸셜의 수석 주식 전략가인 제프 부크바안더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S&P500지수가 과거 50년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금리를 동결했던 기간 동안 평균 6% 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1989년 이후 6번의 금리 유지기 동안에는 S&P500지수의 평균 상승률이 13.1%로 더 높아졌다. 이는 좀더 최근에 가까워질수록 금리 유지기 동안 S&P500지수의 수익률이 더 좋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6번의 금리 유지기에서 금리가 동결된 평균 기간은 240일이었다.

또 1995년 이후 5번의 금리 유지기 동안 금리에 민감한 금융, 에너지, 산업, 소재 섹터가 S&P500지수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288일간 금리 동결 중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지난해 7월26일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현재까지 288일 동안 금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13% 이상 상승했다.

LPL파이낸셜의 부크바인더는 "연준의 오랜 금리 유지기는 대개 증시에 긍정적이었으며 연준이 2023년 7월에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한 이후 지금까지 S&P500지수의 상승률은 최근 역사적 데이터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금리가 현재보다 더 오래 유지된 적은 446일간 금리가 동결됐던 2006부터 2007년까지 단 한번밖에 없었는데 이 기간 동안 S&P500지수는 22.1%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6~2007년의 최장기 금리 유지기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지만 통상적으론 금리가 오래 동결된 후 경제위기나 증시 붕괴가 뒤따르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오는 6월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7월31일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확률도 30% 남짓에 불과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은 9월18일 FOMC로 전망된다.

경제 약세로 금리 인하시 증시 하락

미국의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그래픽=윤선정

부크바인더는 과거 데이터를 보면 연준이 경제 약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인하해야 할 때 오히려 증시에 매도세가 나타났다며 "이는 현재 환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고용지표 등을 감안했을 때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 시나리오가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더 높다"는 설명이다.

미국 경제가 안정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도 동의했다.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지만 가계 소비와 기업 지출이 연율 3% 이상 성장해 내용상으로는 좋았다는 지적이다.

올 1분기 GDP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고착화 조짐으로 일각에서 스태크플레이션(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기 상승세) 우려가 제기된데 대해서는 "스태그플레이션 신호를 촉발할 정도에 다가가지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태그플레이션과 조기 경기 침체를 제외한 모든 시나리오가 증시에 긍정적"이라며 이는 연준이 금리를 유지하는 동안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주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금리 한번만 내려도 증시는 OK"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갑작스러운 경기 악화로 긴급하게 금리를 인하해야 하거나 인플레이션 재반등으로 금리 인상을 재개해야 할 이유가 없는 한 완만하고 안정적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앤서니 사글림벤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경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호는 많지 않다"며 기업들의 실적이 여전히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경제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금리가 올해 한 번만 인하돼도 시장은 괜찮을 것"이라며 연준이 정치의 영향을 받는다는 시선을 불식시키기 위해 오는 11월 대선이 끝난 뒤 12월에야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AI(인공지능) 성장으로 인해 강력한 현금흐름과 이익 잠재력을 가진 기술 및 통신서비스 업종을 여전히 선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술주가 이미 많이 올라 비싸진 만큼 금융이나 산업 섹터로 포트폴리오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과 산업 섹터가 꾸준한 경기 호조와 궁극적인 금리 인하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경기 순환적 가치주"라는 의견이다.

"증시 변동성은 매수 기회"
배런스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여전히 미국 경제가 소폭 둔화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어 소비자 지출과 기업 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경제지표를 둘러싼 소음과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우려로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이를 매수 기회로 활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드워드 존스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모나 마하잔은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어떠한 시장의 변동성도 매수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환경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냉각되는 과정을 거칠 수는 있지만 연착륙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노동시장도 여전히 건강"

미국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 증가폭/그래픽=이지혜

9일 발표된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로 급증하며 노동시장 급랭 우려가 제기되는데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많다.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주간 단위로 변동이 심한데다 전반적인 노동시장은 견고한 모습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둔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지난 4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예상보다 증가폭이 적었지만 두 지표 모두 특별히 약한 것은 아니라며 "일자리를 원하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건강한 노동시장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에도 미국 증시엔 특별히 중요한 이벤트가 예정돼 있지 않다. 10일 오전 10시에 소비 심리와 기대 인플레이션을 알 수 있는 5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예비치가 발표되고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오스탄 굴스비 사카고 연은 총재, 마이클 바 연준 감독 담당 부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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