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하는 황정민...고전, 학전, 무대 의미 담아 선보일 '맥베스' (종합)

장민수 기자 2024. 5. 1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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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연출 "셰익스피어 본연의 맛 느끼도록...무대는 오컬트"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 등 출연
7월 13일부터 8월 1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고전에 대한 애정, 셰익스피어에 대한 동경, 연극에 대한 갈망. 이 모든 것들이 집약돼 선보여질 연극 '맥베스'다.

10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연극 '맥베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양정웅 연출과 배우 황정민, 김소진, 송일국이 참석했다.

'맥베스'는 세계적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로, 스코틀랜드 왕 맥베스가 죄책감 속에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해롤드&모드'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파우스트' 등을 선보인 샘컴퍼니의 연극 시리즈 6번째 작품이다. 세련된 미장센과 현대적 언어로 고전 해석에 탁월한 감각을 선보이는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양 연출은 먼저 이번 작품에 대해 "개인적으로 20년 만에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다"라는 감회를 밝혔다.

이어 "2004년 동양적인 '맥베스'를 시도했는데 원작보다는 개인적인 재해석, 동양적인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정통에 가깝게 아름다운 대사와 완성도 높은 비극을 통해 셰익스피어 본연의 맛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현대적인 미장센과 함께 만들고자 한다"라고 목표를 전했다.

고전이지만 현대의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주제를 가진 작품이다. 그렇기에 양 연출도 "욕망의 끝을 달려가고 거기서 얻는 상실감, 죄책감, 양심의 문제를 인간 원형으로 잘 짚어서 표현하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셰익스피어가 그린 언어의 맛은 그대로 살리되, 시각적으로는 현대적인 재해석에 중점을 뒀다. 여신동 무대미술가가 합류해 힘을 보탰다.

양 연출은 무대 연출과 관련해 "상징적이고 은유가 담긴 욕망의 폐허, 욕망의 창고를 현대적 분위기로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라며 "창고와 폐허 속 하수구 같은 기괴한 공간이다. 마녀들, 유령들도 많이 나온다. 장르로 치면 오컬트다. 판타지적 요소가 많다"라며 궁금증을 높였다.

무엇보다 화려한 캐스팅이 기대를 모은다. 타이틀롤인 맥베스는 황정민이 맡는다. 왕이 되리라는 예언을 받은 뒤 욕망에 휩싸이고, 결국 파멸하게 되는 인물이다.

황정민은 맥베스 역에 대해 "탐욕의 끝, 욕망의 끝을 가는 인물이다. 쉽게 말하면 구청장이었는데 대통령이 된다는 말 듣고 탐욕의 끝으로 다가가서 결국 자기 무덤을 파게 된다"고 소개했다.

오래도록 바라던 역할이라고 한다. 이유는 뭘까. 연기를 공부하던 시절부터 느꼈던 고전과 셰익스피어에 대한 애정이 컸다. 황정민은 '맥베스'에 앞서 최근 '오이디푸스', '리차드 3세' 등 고전극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황정민은 "어릴 때 선배님들이 하셨던 고전극들을 보고 자랐고 공부했다. 요즘 극장에 고전극 작품이 많지가 않다. 전혀 없을 때도 있다. 고전극들이 정말 재밌고, 관객들도 친숙하고 재밌게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이번 작품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 "수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오마주했고 재창작했다. 그만큼 함축된 작품이기도 하다"라며 "하면 할수록 재밌다. 몇백 년 전 셰익스피어가 요즘 나와도 될법한 이야기를 써서 관객과 소통했다는 걸 보면 신기하다. 그래서 계속 화두가 되고 예술하는 사람들이 그 작품을 갖고 공부하는 것 같다"고 셰익스피어와 '맥베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김소진은 맥베스가 왕위를 차지하도록 부추기는 아내 레이디 맥베스 역으로 출연한다. 

그는 "인간다움을 저버리고 자신의 욕망을 쟁취하고자 행동해 나가는 강한 의지, 그것으로부터 얻게 되는 불안, 두려움, 죄책감 등 복잡한 감정들의 변화를 관객분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라며 "우리만의 창의적인 시도와 시선들을 보태서 풍성하게 관객분들께 좋은 작품으로 선물이 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송일국은 자신의 자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되는 맥베스의 동료 뱅코우 역으로 출연한다. 제작진으로부터 높은 싱크로율을 가졌다며 극찬을 받고 있다고.

이에 그는 "멋진 모습을 표현해야 하는데 고민이다. 일단 살부터 빼야될 것 같다"고 준비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맥베스 대사에 뱅코우를 설명하는 말이 있다"며 '뱅코우를 향한 두려움이 뿌리처럼 깊어간다. 고귀한 기품은 타고났고 대담한 데다...'로 시작하는 긴 대사를 읊어 기대감과 궁금증을 높였다.

최근 영화, 드라마에서 활약하던 스타들이 연극,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매체와 무대를 활발히 오가며 활동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무대가 갖는 의미가 어떤지도 궁금하다.

황정민은 "연극 작업은 개인적으로 힐링하는 시간이다. 영화도 행복하지만 결이 다르다. 연극은 오롯이 배우로서의 행복감이 있다. 관객과 소통하면서 힐링하고, 매회 공연마다 느낌이 다르기도 하다"라며 "부담도 있지만 빨리 관객분들 만나고 싶다"며 설렘을 드러냈다.

송일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날 제작발표회가 열린 하늘극장이 자신의 첫 연극 데뷔 장소라며 "배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제가 봤던 작품 중 인생작이 2016년 공연한 '햄릿'이다. 마지막 장면에 제가 목 놓아 울었다"라며 "배우로서 빈 객석을 바라볼 때의 두려움, 설렘, 긴장감. 그런 것들이 짧은 시간 지나가면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한참을 울었다. 무대에 발을 디디는 것만으로 설레고 영광이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황정민은 배우의 꿈을 키웠던 극단 학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학전은 김민기 대표의 투병과 경영난 등을 이유로 33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지난 3월 문을 닫게 됐다.

황정민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고, 허투루 하지 않고 잘하고 있는 원동력이 학전이다"라며 "자신은 뒷것이고 너희는 앞것이라고 하셨다. 당신(김민기 대표) 스스로의 겸손함을 배워 왔다. 그 덕에 지금 하고 있는 거다. 샘컴퍼니 소속된 젊은 배우들을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이유도 다 거기 관련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전의) 좋은 정신을 잘 품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계속해서 무대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한편 '맥베스'는 오는 7월 13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MHN스포츠ⓒ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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