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고삐 죄는 유럽 … 대형 선박 60% 부품 싹 갈아야 할 판
올 탄소배출량 공시제 강화
내년엔 탄소 2% 감축 강제
규제 어기면 입항 막힐 수도
韓 선박개조시장 경쟁력 앞서
"내년부터 유럽의 탈탄소 규제가 시행됩니다. 강화된 기준에 맞추려면 현재 운항 중인 대형 선박의 60%, 적어도 6000대 이상은 5년 안에 '리트로핏(핵심 설비 교체)'을 피할 수 없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이 공화당의 반발로 급제동이 걸릴 위기인 가운데, 유럽연합(EU)은 해양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반발하고 있지만, 해운 업계는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며 발 빠르게 대비에 나선 모습이다.
글로벌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을 비롯한 조선업 강국에도 유망한 '선박 재건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영국대사관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한국해양산업 사절단(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HMM, 현대글로비스)을 초청해 영국 런던의 로이드선급 본사에서 관련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김세준 로이드선급 본부장은 조선산업이 유럽의 탄소배출량 공시제도인 '스코프3'에 따라 일대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본부장은 올해부터 공시제도를 시행하는 유럽의 '스코프3' 기준을 선박에도 적용할 경우 글로벌 조선 시장은 에너지 전환뿐만 아니라 조선소 자체와 공급망까지 친환경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밀러 로이드선급 전략경영 디렉터도 "유럽의회는 해양산업의 지속가능한 연료 전환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 탄소배출량 감소 목표치 달성을 위해 대규모 설비 교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의회는 지난해 해상연료 이니셔티브를 통해 202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내년부터 2% 저감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감축 목표는 2030년 6%, 2035년 14.5%, 2040년 31%, 2045년 62%, 2050년 80% 등 점점 높아진다. 인피니티리서치는 글로벌 선박 개조 시장이 지난해 17억달러에서 2027년 39억달러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밀러 디렉터는 "수소와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 선박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벌금은 최고 8배로 증가할 수 있어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예컨대 파나맥스급(파나마운하 통과 기준 대형 선박) 저유황유(VLSFO) 선박이 영국에서 호주로 1회 운항할 경우, 2025년에는 벌금이 21만6000달러 정도지만 2050년에는 150만8000달러로 급증할 수 있다.
유럽의 친환경 전략은 조선소에서 배를 만드는 과정도 확 바꿀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이 자동차 구매 보조금을 매길 때 생산과 물류에서 발생한 탄소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선박 건조 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발생량까지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코프3는 이전보다 훨씬 강화된 규제다. 스코프1과 2는 기업의 생산시설과 물류 등에서의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뜻했지만, 스코프3는 1·2에 더해 향후 소비자가 사용하면서 발생시키는 모든 탄소량을 의미한다.
최근 로이드선급이 세계 최초로 조사한 선박의 생애주기별 탄소배출 자료에 따르면,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을 기준으로 탄소배출 비중은 약 93%가 운항에서 나오고, 건조 단계에서는 6%, 해체 및 재활용 단계에서는 1%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본부장은 "운항 단계에서 대부분의 탄소가 배출되는 만큼 대체연료 전환이 시급한 과제"라며 "다만 미래에 모두가 수소와 같은 대체연료로 전환할 경우 조선소의 건조 단계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공시기준이 스코프3까지 확대되면서 되레 가장 기본이 되는 스코프1의 중요성이 조선사의 생사 여탈권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특히 "프랑스에서 전기차가 탄소나 연비 등으로 차별적인 보조금을 받았듯이, 선박도 차별적인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고 심각한 탄소배출 선박은 입항이 금지되는 등 강한 규제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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