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원의 울림] 방시혁과 민희진의 묵혀둔 앙금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4. 5. 10. 17: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국내 최대 K팝 기획사 하이브와 그 자회사인 레이블 어도어 간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대대적인 감사권 발동을 계기로 양측의 다툼이 수면 위에 떠올랐고, 같은 달 25일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각자 '누구 편'을 들며 사태를 관전 중이다.

하이브는 이달 말일 어도어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와 그 측근 이사진을 해임하고 새 경영진을 앉히려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K팝 기획사 하이브와 그 자회사인 레이블 어도어 간 갈등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대한 하이브의 대대적인 감사권 발동을 계기로 양측의 다툼이 수면 위에 떠올랐고, 같은 달 25일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은 각자 '누구 편'을 들며 사태를 관전 중이다.

하이브는 이달 말일 어도어 주주총회에서 민 대표와 그 측근 이사진을 해임하고 새 경영진을 앉히려 한다. 해임의 정당성을 위해 경영권 찬탈 모의, 기밀 유출 등 감사도 한창이다. 10일엔 어도어 임직원의 수억 원대 횡령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기도 했다. 분수령은 이달 17일이다. 민 대표가 각종 의혹을 부인하며 자신의 해임안에 대해 하이브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는데, 그 심문 기일이다. 법정에서 하이브 측이 확보한 추가 증거가 나오고 양측 공방도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중에겐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민 대표 간 카카오톡 대화 등 일부 내밀한 이야기도 다수 노출됐다. 양측이 묵은 감정까지 꺼내 까발리는 진흙탕 싸움판을 보다 보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케케묵은 앙금이 쌓이기 시작한 건 2021년 신인 걸그룹 제작 과정의 이견이었다.

이듬해 방 의장이 총괄 제작한 르세라핌(쏘스뮤직), 민 대표가 주도한 뉴진스(어도어)가 하이브라는 한 지붕 아래서 불과 2개월 차이로 데뷔하며 경쟁 구도가 생겼다. 일찍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쏘스뮤직이 어도어에 연습생을 뺏겼다'거나 '어도어가 하이브에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결국 올해 3월 아일릿(빌리프랩)까지 데뷔하자 민 대표는 아예 '뉴진스의 아류'라고 반기를 들었다. 표절이냐 아니냐, 최소 1000억원대 보상 규모가 부족했냐 아니냐는 문제 이전에 방시혁·민희진 사이 불신이 사태의 씨앗이 된 셈이다.

기업의 내분을 본의 아니게 생생히 들여다보며 한 오래된 문구가 떠올랐다. '이끌든지, 따르든지, 비키든지.' 미국 언론 CNN을 설립하고 미디어 기업가로 자수성가한 테드 터너의 좌우명으로 알려져 있다. 기업 문화와 리더십에 관해 회자하는 말이다. 각자 억울함을 호소하겠지만, 방 의장은 민 대표를 자기 사람으로 아울러 이끌지 못했고, 민 대표도 하이브의 일원이란 책임 의식이 없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시가총액 10조원, 국내 50대 기업 수준으로 성장한 회사의 리더십과 임직원 윤리의 현주소다. K팝 업계는 세계를 놀라게 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업 윤리와 주주 가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에 맞닥뜨렸다.

이 와중에 최근 한 음악 스튜디오에서 고급 스피커로 K팝을 들어보며 적잖이 놀랐다. 다양한 층위로 입혀진 소리 하나하나가 정말 좋았는데,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해 소리를 채우고 가다듬은 덕이다. 소위 '자본의 맛'을 이렇게 접하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경영 실적을 채우려 기획사마다 편법으로 '앨범 밀어내기'를 하거나 확장 일변도로 레이블을 사들이는 것과는 다른 방식의 투자이니 말이다. 지금은 K팝의 경쟁 체제와 다양성·전문성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곡점이다. 산업화된 K팝 주변의 자본과 인재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할 때다.

[정주원 문화스포츠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