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해외 부동산 펀드, 만기 연장 두고 투자자도 '고심'
당장 돈 못받는 건 마찬가지지만…유불리 따지자면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자산 매각에 실패한 해외부동산 펀드들이 잇따라 만기를 연장하면서 투자자들도 선택의 기로에 섰다. 만기 연장에 찬성할지, 반대했다면 추후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할지 등의 유불리를 두고서다.
문제는 아직 해외부동산 펀드에서 반대매수 청구권이 행사된 사례가 드문데다, 폐쇄형 펀드 특성상 돈이 묶여 있어 투자자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법적으로 반대매수 청구권자의 변제 순위에 불분명한 측면이 있어 추후 투자자 간 형평성 등을 문제 삼으면 소송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투자룩셈부르크코어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룩셈부르크 펀드)'이 개최한 수익자 총회에서 펀드 신탁 계약 기간을 6년에서 11년으로 변경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공모펀드를 통해 투자한 룩셈부르크 오피스 건물의 자산 가치는 반년 새 30% 가까이 하락했다. 펀드는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100% 임차 중인 룩셈부르크 끌로쉬도르(Colche d'Or)에 위치한 오피스에 투자하고 있다.
2019년 오피스 매입가는 2억6840만 유로로 당시 환율 기준 약 3597억원이다. 펀드의 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2억3800만 유로로 줄어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 운용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 매각을 시도하고 있으나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줄 상대를 찾지 못하고 결국 만기를 연장하기로 했다.
만기 연장은 공모펀드의 경우 수익자 총회를 통해 발행된 수익증권 총좌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 또는 출석한 수익자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된다. 즉 투자자들이 펀드 만기의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판매사와 운용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만기 연장에 동의해줄 것을 적극 권고한다. 만기 연장이 부결되면 펀드는 자산을 매각하지 못한 '미청산 펀드'로 남게 되고, 이 같은 사실이 추후 자산 매각시 부정적인 인식을 줘 매각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수익증권의 경우 장내 거래 제한돼 유동성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다만 만기 연장과 무관하게 투자자들이 당장 돈을 돌려받을 방법은 마땅치 않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야 돌려줄 돈이 생기는데 자산 매각이 되지 않아 만기 연장까지 간 것이기 때문이다. 만기가 연장되면 펀드는 존속하게 되지만 추후 분배금은 전액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
한투리얼에셋운용이 룩셈부르크 펀드 투자자들에게 통지한 수익자총회 안내문에 따르면 '대출 금리 상승으로 향후 발생할 임대료는 대출 이자 재원으로 대부분 활용돼 향후 분배금은 전액 현지 유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남은 잉여 현금 대해서는 향후 자산 매각시 수익자들에게 전액 분배할 계획'이라는 설명이 있다. 수익자들은 향후 부동산 자산이 매입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리며 매각 차익을 내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도 높은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을 것 같지 않으면 만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 선택지도 있다.
이 다수 의견에 따라 만기 연장이 결정되더라도 반대매수 청구권 행사는 가능하다. 기준가에 펀드가 투자자로부터 수익증권을 사주도록 하는 권리를 반대매수 청구권이라고 한다.
반대매수를 청구한다 해도 당장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펀드에 현금이 없기도 하고 법적으로도 금융당국 승인을 받으면 반대매수를 연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수익자는 이익 발생에 따른 수익을 나눠갖는 수익자 지위에서 '채권자'로 지위가 바뀌게 된다. 반대매수해줄 금액과 매매대금 지연 이자는 펀드에 부채로 찍히게 된다.
펀드의 현금성 자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반대매수 청구권을 행사한 수익증권이 채권으로 계상돼 반대매수 청구권자에게 우선 지급되는 경우, 잔존 수익자에게 분배될 금액은 감소하게 된다.
금융당국에서는 향후 반대수익권자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펀드 만기 연장의 찬성 수익자와 반대 수익자, 즉 잔존 수익자와 반대매수 청구권자를 모두 형평성있게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매수 청구권자의 지위도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반대매수 청구권자를 일종의 '메자닌 채권자' 레벨로 보고 있다. 선순위 은행 대출 등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펀드 잉여금에 대해 일반 잔존 수익자보다 변제 순위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성우 법무법인 한별 변호사는 "인수합병(M&A)에서도 반대 주주의 주식은 회사가 우선적으로 매수·정산해준다. 이 건의 경우에도 펀드의 현금으로 반대매수 청구권자의 수익권을 우선 정산해줘야 하고, 잔존 수익자 분배금은 후순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중간 분배금을 줄 여력이 생길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만약 잉여 현금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 간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며 "법원으로 가봐야 안다"고 설명했다.
만기 연장 기로에 선 건 룩셈부르크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한국투자밀라노부동산투자신탁1호, 이지스글로벌229호 등이, 올해는 하나대체투자나사1호가 만기를 연장했다. 또 매각 대상자를 찾지 못하고 만기 연장이 불가피해진 펀드로는 한국투자벨기에코어오피스2호, 이지스글로벌281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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