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우뚝 선 동상 없는 동상대... 한국 미술가 서도호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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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기념 조형물로 가득해 '모뉴먼트의 도시'라 불리는 미국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한국 현대미술가의 모뉴먼트 작품이 5년간 놓인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동상대 아래에 있는 것들이 보인다.
이들이 아무것도 위에 없지만 무거운 동상대를 함께 떠받치고 있다.
기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있고, 동상대에 놓이는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백인 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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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아시아미술관 앞 5년 전시
온갖 기념 조형물로 가득해 ‘모뉴먼트의 도시’라 불리는 미국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한국 현대미술가의 모뉴먼트 작품이 5년간 놓인다. 흔한 모뉴먼트 공식을 따르지 않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는 서도호(62)의 ‘공인들(Public Figure)’이다.
‘공인들’은 국립 아시아미술관 앞에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전시되기 시작했다. 아시아미술관은 워싱턴의 공립 미술관, 박물관, 전시관이 주변에 밀집한 지하철(메트로) 스미스소니언역을 나오자마자 바로 보인다.
9일 찾아가 직접 본 작품은 파격적이었다. 워싱턴의 여느 조형물과는 완전히 달랐다. 일단 동상대에 동상이 없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동상대 아래에 있는 것들이 보인다. 400명의 사람들이다. 이들이 아무것도 위에 없지만 무거운 동상대를 함께 떠받치고 있다.
워싱턴의 일반적인 기념 조형물엔 관객에게 익숙한 공식이 있다. 기념의 대상이 되는 사건이 있고, 동상대에 놓이는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백인 남성이다. 하지만 ‘공인들’은 상식을 뒤집는다. 캐럴 허 아시아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는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하는 순간이 과연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며 “굉장히 전복적인 질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가 의도했을 법한 정답은 질긴 생명력을 가진 ‘민초(grass-root)’다. 작품에는 긴장이 흐른다. 허 큐레이터에 따르면 동상대는 국가나 권력자의 억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그 무게를 견디며 동상대를 지탱하고 있는 사람들이 상징하는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작품이 잔디밭에 설치된 것도 끝없이 되살아나는 민중의 회복력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허 큐레이터는 말했다.
서 작가는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뉴욕과 서울 등을 오가며 활동하는 세계적 작가다. 작품의 전시를 추진하고 후원한 한국국제교류재단(KF) 한미미래센터 배성원 소장은 “2029년 4월까지 5년간 전시될 예정”이라며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미국 수도의 중심에 한국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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