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이런적 처음"···카페 줄폐업에 200평 중고 창고 꽉 찼다
원두·우유 등 원재료 가격 치솟고
저가형 프랜차이즈에 경쟁력 잃어
창업·폐업 문의 비중 2대 8 수준
중고 카페용품 찾는 발길 확 줄어
황학동 가구거리 "이런 적은 처음"
“방금도 용달 트럭을 카페용 가구로만 꽉 채워서 실어 보냈어요. 요즘 카페 접는다는 사람은 넘치는데 연다는 사람은 뚝 끊겨서 200평대 창고가 포화 상태입니다. 10년 동안 일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에요.”
10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 거리에서 중고 가구점을 운영하는 김미영(50) 씨가 막 들어온 커피 전문점(카페)용 테이블과 의자를 부지런히 정리하면서 말했다.
김 씨는 “원래 중고 가구가 들어오면 나가는 흐름이 있어야 하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이상할 정도로 창업 문의가 없다”면서 “코로나19 때는 그래도 전염병이 끝날 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아질 기미조차 없으니 더 심각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가구를 정리하고 싶다는 문의 전화가 걸려와도 재고가 쌓여서 대부분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카페 시장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느끼는 것은 김 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 이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영업을 중단하는 카페 업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가입 회원이 150만 명 이상인 한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 최근 6개월(2023년 11월~2024년 5월) 사이 올라온 개인 카페 매도 글은 1650개에 달한다.반면 전년 동 기간(2022년 11월~2023년 5월)으로 바꿔 검색했을 때 올라온 매물은 300여 개에 그쳤다. 일부 글이 삭제됐을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확연히 늘어난 추세다. 이 밖에 ‘당근’ ‘번개장터’ 등 대표적인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도 ‘카페 정리’ 관련 물품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황학동 주방 거리 역시 업계에서 ‘창업 성수기(4~7월 장마 직전)’라 부르는 시점임에도 썰렁한 모습이었다. 에스프레소머신·그라인더·냉장고·제빙기 등 카페 설비를 주로 취급하는 중고 매장 10여 곳을 둘러봤지만 손님이 있는 경우는 한두 곳에 불과했다. 한 매장의 직원 A 씨는 “일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점점 폐업 물건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A 씨는 “카페를 연 지 얼마 안 돼 폐업하는 분들도 많아서 상태가 최상급인 물건들도 여럿”이라며 “창업 대 폐업 문의 비중을 비교하면 3대7에서 2대8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지난 몇 년 사이 ‘카페 창업 열풍’이 분 뒤 고물가 부담 장기화로 소비자 대부분이 저가형 프랜차이즈 커피로 돌아선 결과 개인 카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워낙 한국의 커피 수요가 높다 보니 동네 카페도 수입이 유지됐겠지만 가계 소비가 ‘절약 모드’에 접어든 이상 독특한 경쟁력이 없는 업체는 더는 선택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최근 원두·우유·코코아 등 주요 원재료 가격까지 줄줄이 오른 점도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에서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지난해 1월 초 기준 톤당 2078달러에서 이달 초 3443달러로 약 66% 치솟았다. 로부스타 원두와 함께 커피 시장의 양대 품종 중 하나인 아라비카 원두 역시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같은 기간 가격이 10.2% 올랐다. 이 밖에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국제 선물 시장에서 코코아 가격은 연초 대비 154.2%, 우유는 1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14년째 개인 카페를 운영해온 50대 B 씨는 “원두 거래처가 다음번 주문부터 납품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면서 “설탕·연유·생과일 등의 재료뿐 아니라 커피필터·종이컵 가격, 전기요금, 임대료 등 모든 분야에서 출혈이 늘었지만 저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다 보니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 규모가 크게 늘어난 상황을 고려하면 카페 줄도산 사태가 머지않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이달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1개월 이상 연체된 개인사업자(소호) 대출 총액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1조 356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90억 원(37.4%) 증가했다. 이 교수는 “사람들이 밥 없이는 못 살아도 커피 없이는 산다. 소비자가 지갑을 닫을 때 사실상 폐업 위기 최전선에 선 업종이 카페”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민생지원금 지급 등도 경기 활성화 대책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커피는 필수 소비 품목이 아니다 보니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면서 “근본적으로 고물가·고금리를 잡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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