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기후충격 에그플레이션…금리 1%p 올려도 물가상승률 0.6%p밖에 못 내려"

최정희 2024. 5. 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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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두 보고서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으로 인한 물가파급 효과, 체감 물가 상승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 가능성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예컨대 커피 원두, 코코아, 설탕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에 가공식품 가격 등 근원물가가 추가로 오르는 현상이나 농산물 가격에 의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올랐을 경우 체감 물가가 오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를 가능성, 그리고 이를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 등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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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4월 워킹페이퍼 통해 밝혀
기후충격發 인플레이션은 통화정책 대응 한계
KDI도 기온·강수량에 따른 물가상승률, 근원물가 자극 안해
국제 곡물가격 상승→원가부담發 인플레 영향은 분석 없어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시 중앙은행 정책 대응도 언급 없어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는 가뭄 등 기후 충격으로 농산물 가격 등이 급등하는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 발생할 경우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상기후로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해도 근원물가(식품 및 에너지 제외)에는 영향이 제한돼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을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보고서와 일맥상통한다.

다만 두 보고서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상승으로 인한 물가파급 효과, 체감 물가 상승에 따른 기대인플레이션율 상승 가능성과 이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후 충격 있느냐 없느냐 따라 금리 인상 효과 큰 차이

IMF는 4월 워킹페이퍼에서 ‘통화정책과 기후의 연결고리’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2013년 1분기부터 2022년 2분기까지 중동 및 중앙아시아 17개국의 기후와 인플레이션을 토대로 기후충격이 나타났을 때 통화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기후충격으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뛰는 등 에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갑자기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려도 향후 2년간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데 0.6%포인트 감소하는 효과만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후가 개선된 상황일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단기간에 물가상승률은 1%포인트 빠지고 2년래 약 5%포인트까지 물가상승률이 낮아진다.

IMF에 따르면 중동 및 중앙아시아에서 작년 이후 식품 물가가 15% 오르면서 10년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동 및 중앙아시아는 농업, 천연자원 의존도가 높은 건조 지역으로 기후 충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다. 지난 30년간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평균 온도는 연평균 1.5도씩 올랐는데 전 세계 기준으로 1만년 동안 0.7도씩 오른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특히 식품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지수 내 식품 비중은 평균 35%인데 절반 이상 국가가 이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IMF는 “기후충격이 있을 경우 농작물 수확량이 감소하는 부분 외에 기후변화에 대응해 관개(물을 인공적으로 농지에 공급)·비료 등 투입물 증가에 따른 생산 비용 상승으로도 물가가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으로선 기후충격으로 인해 에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IMF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가격 충격에 대비 중앙은행이 물가를 안정시키려고 할 때 경제와 물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긴축 통화정책은 잠재적으로 심각한 경기침체를 유발할 수 있어 통화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IMF는 “농업 부문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고 수확량이 많고 가뭄에 강한 작물의 품종 가용성을 높이는 등 효과적인 기후정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충격에 국제 곡물이 오르고 기대인플레가 오른다면...

KDI가 9일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발표한 내용도 같은 맥락이다.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기온과 강수량 중심으로 날씨 충격을 조사한 결과 근원물가는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며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 안정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이 대응할 필요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달 12일 기자회견에서 “사과 등 과일 가격이 최근 물가상승률의 19%를 설명하는데 이것을 금리로 잡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수입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 등 국민적 합의점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보고서 모두 최근의 사과·대파 가격처럼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기후충격에 따른 작황 악화가 아닌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를 경우 이를 수입하면서 원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 가격 전가 등 국내 물가에 미치는 파장에 대해서는 연구되지 않았다.

예컨대 커피 원두, 코코아, 설탕 등 수입 원재료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에 가공식품 가격 등 근원물가가 추가로 오르는 현상이나 농산물 가격에 의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올랐을 경우 체감 물가가 오르면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오를 가능성, 그리고 이를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까 등에 대해서는 언급된 바 없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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