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까지 꼼꼼히 챙겨봐도 '눈물의 여왕' 엔딩은 도저히 이해불가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 주말 방송된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스페셜'. 애매한 결말로 못내 아쉬웠던 분들에게 조금은 위안이 되었지 싶다. <눈물의 여왕>은 중반을 넘어가면서 차차 개연성이 떨어지는 바람에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홍해인(김지원)의 불치병. 어차피 애매모호한 설정인지라 극적으로 치료법을 찾아낸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다. 그러나 마지막 15, 16회에 백현우(김수현)가 즉사여도 이상하지 않을 교통사고를 당하고, 또 총을 맞고도 살아나다니. 영화 <다이 하드>도 아니고 이 무슨 불사조인가.
모슬희(이미숙)는 살인마다. 밝혀진 것만 해도 여럿을 죽였다. 남의 신분을 도용해 살아왔다는데 진짜 '모슬희'는 행방이 묘연하다지 않나. 윤은성(박성훈)의 양부모를 음주운전 사고를 위장해서 죽였고, 보육원 원장도 불을 내서 죽였고, 보트 사고를 내서 해인이 오빠도 죽였다. 홍만대(김갑수) 회장도 죽인 셈이고. 그러나 직접 죽이지는 않았다. 자기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는다, 이게 더 무서운 거다. 돈으로 사주해서 다른 누군가를 살인자로 만드니까.
이쯤 되면 지울 수 없는 악연이라든지 뭔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토록 오랜 세월 아버지 벌인 홍 회장의 수발을 들며 버텨온 이유가 퀸즈 가를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해서란다.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다 못해 아주 납작하다. 윤은성(박성훈)도 마찬가지다. 홍해인을 향한 상상 초월 순애보. 해인이가 어떠한 빌미라도 제공했다면 또 모르겠다. 여지를 준 적이 없지 않은가.
김수현, 김지원이 연기를 빼어나게 잘하기는 했다. 그러나 받쳐주는 배우들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했을 거다. 방송 전에 김정난, 나영희, 이미숙 씨 때문에 기대가 된다는 얘기를 했는데 김정난의 경우 기대를 뛰어넘었다. 해인이 고모 '홍범자', 지금껏 드라마에서 접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다. 상대역 영송(김영민)도 그렇고.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배우, 캐릭터들이 힘을 보탰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윤보미와 장윤주. '나 비서'와 '백미선'. 그 이름만으로도 정겹다. 아쉬운 점은 현우 어머니 봉애(황영희)가 초인적인 인물로 그려졌다는 것. 과수원 일이며 밭일 다 해가면서 끼니때마다 혼자 뚝딱뚝딱 한 상 그득 차려내지 않나. 드라마 작가들은 왜 이런 판타지에 가까운 어머니들을 자꾸 내세우는지 모르겠다. 코믹 설정이긴 하나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일화도 그렇고 JTBC '나의 해방일지' 곽혜숙도 그렇고. 군말 않고 식구들을 위해 몸이 부서지도록 희생하는 엄마를 좋은 엄마라며 추켜세운다.
모슬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악인이라면 현우 엄마 봉애는 어떠한 경우라도 개념 넘치고 올바르고, 일처리는 이상적인데 공감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바람직한, 존경할 어른이지만 이 또한 비현실적이다. 현우 아빠(전배수)가 현우 엄마(황영희)를 '봉애'라고 부르는 게 좋았다. 퀸즈가 홍범준(정진영)이 자기 아내(나영희)에게 존대하는 부분도 좋았고. 홍범준은 중간에 캐릭터가 흔들렸다. 퇴사를 원하는 부하직원을 사뿐히 응징하는 냉혹한 인물이었는데 뒤로 가면서 갑자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해인이 엄마 김선화(나영희)도 그렇다. 아들이 너 때문에 죽었다며 딸 해인이를 그토록 미워한 세월이 무색하게 법정에서 모슬희가 아들을 죽였다는 걸 알게 된 다음의 반응은? 약해도 너무 약했다.
중간에 사라진 인물이 있다. 범자와 영송을 연결 시켜주는 매개체 역할의 영송이 어머니. 목적을 달성했으니 이만 빠져, 이건가? 물건이 아닌 사람인데? 어머니 역할의 신연숙 배우. <더 글로리>에서 혜정이 예비 시어머니이자 동은이 조력자였다. 신연숙 배우를 JTBC <청담동 살아요> 때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참 전 <전원일기>에도 나오셨다고 한다.
이게 뭐지? 아연했던 건 홍진경, 조세호, 남창희의 등장이다. 맥을 끊는다고 할까? 극 분위기는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그 셋이 등장하는 부분만 코믹이다. 분량도 너무 많았고. 이번 '스페셜'에도 나왔는데 차라리 용두리 부녀회 삼인방 인터뷰가 시청자로선 더 반가웠을 게다.
정리하자면 과유불급의 으뜸은 백현우를 지나치게 초인으로 그렸다는 거. 두 번째는 맥을 끊는 카메오들, 그리고 세 번째는 세월이 흘러 백현우가 홍해인 무덤을 찾아가고 거기서 더 나아가 해인이와 천상에서 조우하는 듯한 장면. 보고 있자니 한때 화제 만발이었던 SBS <아내의 유혹>(2008년) 엔딩이 생각났다. 잘 살거나 못 살거나 지지고 볶아도 사람은 결국 죽기 마련이다, 그런 교훈인 건지.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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