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 폭음률 36%…도수 낮고 달콤한 하이볼 더 위험

권대익 2024. 5.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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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최고] 
믹솔로지 칵테일, 알코올 농도 10~15%라 가장 잘 흡수
게티이미지뱅크

술에 탄산음료·시럽·과일 등 여러 재료를 섞어 마시는 ‘믹솔로지(Mixology)’ 음주 문화가 인기다. ‘하이볼’로 대표되는 믹솔로지 칵테일은 알코올 도수가 낮고 달콤해 주량이 약한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자주 마시면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이볼과 같은 믹솔로지 칵테일은 위스키 등 독한 술을 희석하기 위해 탄산이 들어간 음료와 과일 농축액 등을 주로 첨가하는데 쓴맛이 덜하다.

믹솔로지 칵테일은 다양한 레시피를 쉽게 찾아 만들 수 있고, 직접 제조할 필요 없이 캔 형태로 나온 제품도 쉽게 구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아졌다. 부담감이 적다고 자주 마시면 간에서 알코올이 잘 분해되지 않아 독성 물질이 쌓이게 된다.

질병관리청의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월간 폭음률은 △19~29세 44.5% △30~39세 30.2%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은 △50~59세 57.2% △40~49세 57%로 상대적으로 여성은 젊은 층에서 과음 비율이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알코올 적정 섭취량은 남성 40g(소주 기준 4잔), 여성 20g(소주 기준 2잔) 이하로, 하이볼 1잔을 마시면 이미 하루 권고량 이상을 마신 셈이다. 이런 종류의 술은 독주보다 알코올 흡수가 빠르고 탄산 성분이 위를 자극한다.

손효문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부원장은 “탄산음료 자체가 산성이므로 술을 마실 때 같이 마시거나 섞어 마시는 것은 식도나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며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나 믹솔로지 칵테일은 알코올 농도가 10~15% 정도로, 몸에 가장 잘 흡수되는 농도”라고 했다.

믹솔로지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되는 토닉 워터나 첨가물에 함유된 당분도 건강에 해롭다. 토닉 워터에는 레몬이나 오렌지, 라임 등 향초류와 감귤류 추출물과 당분 등 통상 17~27%의 당류가 들어가 있다. 더구나 풍미를 더하기 위해 첨가하는 다양한 종류의 과일 농축액이나 시럽류를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특히 하이볼은 여성이 남성보다 선호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알코올 대사 능력이 떨어져 소량의 알코올 섭취로도 더 빨리 심하게 간이 손상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음주하면 알코올성 지방간·알코올성 간염 등 위험성이 높아지고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로 증상은 거의 없고 상복부에 약간의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라 질환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 상태에서 계속 술을 마시면 간세포가 파괴되고 염증 반응을 동반하는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될 수 있다. 발열, 황달, 복통, 심한 간 기능 장애를 초래하는데, 술을 끊으면 회복이 가능한 단계이지만 음주를 계속하면 간이 딱딱하게 굳고 기능이 점차 소실되는 간경변으로 악화할 수 있다.

건강을 위해 많은 양의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폭음보다는 조금씩 자주 마시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총음주량뿐만 아니라 음주 빈도 또한 간과 심장 건강에 영향을 준다. 술을 자주 마시면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기능이 저하되고, 심장은 불규칙적으로 뛰는 부정맥(不整脈)인 심방세동(心房細動)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가벼운 수준의 알코올성 지방간 상태라면 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하다. 술을 끊으면 간 기능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되며 조직학적 이상도 빠르게 호전된다.

다만 알코올성 간 질환이 심한 상태라면 적당한 음주 습관이나 범위는 의미가 없고 무조건 금주해야 한다. 또 알코올로 인해 간 건강이 좋지 않다면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영양 결핍으로 단백질과 비타민이 부족해 간 질환이 잘 회복되지 않는다.

음주할 때 천천히 마시고 되도록 탄산 섭취는 줄이되 물은 충분히 섭취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속히 상승하지 안도록 해야 한다.

안주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은 적은 음식이나 과일, 채소 등이 좋다. 또 공복에서는 혈중 알코올 농도가 더 빠르게 오르므로 음주 전에는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손효문 부원장은 “평소 과음·폭음을 하지 않고, 소량으로 반주를 하더라도 소화기 계통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해롭다”며 “가벼운 술자리라 하더라도 반복되면 고위험 음주군으로 간주되므로 평소 음주 습관을 체크하고 스스로 통제가 어렵다면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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