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과대 반발·교육부 압박 시달린 서울대, 내년도 무전공 입학생 36명 늘리는 데 그쳤다
교육부가 전공 구분 없이 학생을 뽑는 ‘무전공’ 확대 방침을 올해 초부터 내세운 가운데 서울대는 2025학년도 무전공 입학생을 전년도 대비 36명 더 뽑을 계획인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기존 서울대에서 무전공 모집으로 운영 중이던 자유전공학부 정원 123명을 포함하면 총 159명을 무전공으로 뽑는 것으로, 당초 서울대에서 목표로 삼았던 전체 입학정원 중 10%(260명)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대는 지난 8일 학내 회의를 열고 내년 출범할 ‘학부대학’ 신입생을 159명으로 결정,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이 같은 안을 보냈다. 학부대학은 기초교양·융복합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되는 신설 단과대로 유홍림 서울대 총장의 주요 공약이기도 했다. 학부대학은 기존의 자유전공학부를 포함하는 한편 내년도부터 신설되는 열린 전공(무전공)으로 혼합 구성될 예정이다. 자유전공학부 신입생 123명은 전공을 선택한 이후에도 자유전공학부 소속을 유지하지만 열린 전공 신입생 36명은 1학년을 마친 뒤 전공을 선택하면 해당 전공이 속한 단과대 소속이 된다.
교육부에서 무전공 확대 방침을 밝힌 1월 이후 서울대 내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지난한 갈등을 겪어왔다. 무전공 확대라는 것 자체가 맞는 교육 방향인지에 대해 증명된 바가 없다는 지적부터, 확대 시점이 내년도로 너무 빠르다는 지적 등 다양한 논쟁이 일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무전공 확대를 위한 별도 정원이 대학 측에 배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전공 확대를 하기 위해선 기존 단과대 정원을 일정 수준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교육 신념에 따라 무전공 입학 인원을 확대하려는 대학 본부와 기존 정원을 내어줄 수 없다는 각 단과대의 줄다리기가 몇 달간 계속돼왔다.
서울대는 당초 기존 자유전공학부 정원 123명에 내년도 열린 전공 입학생을 137명 뽑아 전체 순수 무전공 입학생을 전체 입학정원의 10%에 달하는 260명으로 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시 각각 50명, 30명의 정원을 내놓을 것을 요구받은 사회대와 경영대 등에서 반발이 터져나오며 이 안은 백지화됐다. 당시 두 단과대는 “교육부에서 무전공을 실시하는 취지는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것인데, 학생들이 많이 선택한다는 이유로 도리어 기존 정원을 줄이면 그것이 본 취지에 맞느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장 올해는 단과대 설득이 어렵겠다고 생각한 서울대 본부는 2025학년도에는 무전공 입학 정원을 확대하지 않는 안까지도 검토했으나 교육부의 압박으로 이는 폐기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진퇴양난에 빠진 서울대는 당초 자체 계획에서 한참 물러선 36명이라는 수치로 내부 합의를 이끌어낼 수밖에 없었다. 최종적으로 공대 13명, 사회대 7명, 자연대 6명, 농생대 4명, 경영대·생활대·인문대 각 2명씩 단과대 정원을 내어주기로 합의했다.
이를 둘러싸고 서울대 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서울대의 한 인문사회 계열 교수는 “무전공이라는 제도 자체가 이미 과거에 한 번 했다가 실패했던 제도이기에 정말 좋은 제도가 맞는지에 대해서부터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어떻게 해야 제대로 된 성공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내부에서 심층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의 한 이공 계열 교수는 “무전공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융합교육을 하고 자유로운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라면 전과나 복수전공 기준을 완화하는 다른 방식도 있는데 왜 꼭 모집단위를 새로 만드는 방식이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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