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교제폭력' 관련법 정비, 10년 가까이 허송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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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0대 남성이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강력 사건이 며칠 전 발생해 충격을 줬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 9월 연인의 외도를 의심한 남자 친구가 40대 여성을 살해해 유기한 사건 이후로 10년 가까이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 10건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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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대낮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20대 남성이 헤어지자고 요구한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강력 사건이 며칠 전 발생해 충격을 줬다. 피의자는 범행을 계획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연인을 상대로 한 이른바 '교제폭력'(데이트폭력) 범죄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경기도 화성에서 20대 남성이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어머니까지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인천에서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은 앞선 폭행과 스토킹 범죄로 법원의 접근금지 명령을 받고도 피해자를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는 2020년 8천951명에서 지난해 1만3천939명으로 3년 새 55.7% 늘었다. 폭행, 상해, 감금, 협박, 성폭력 등 범행 유형도 다양하고 살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이 최소 13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흘에 한 명꼴이다. 그런데도 법적 안전장치는 미비하다. 교제 폭력은 가정폭력, 아동학대, 스토킹과 달리 접근금지, 강제 분리 등 조기에 피해자를 보호하는 조치가 없는 것이다. 잠재적 피해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무방비로 노출된 셈이다. 2022년 9월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스토킹 살인과 같은 참극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어야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보완 방안이 논의되다가 슬그머니 유야무야되는 현상이 반복되는 탓이다. 교제 폭력을 독립된 범죄 유형으로 보고 별도의 법률을 만들 필요가 있는지, 교제 폭력의 정의와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지 등을 놓고 논쟁만 벌이며 허송하고 있다.
교제 폭력을 심각한 범죄로 규정해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에 나서는 외국 사례도 참고해봄 직하다. 미국은 1994년 여성폭력방지법 제정 이후 피해자 보호 범위를 확대해왔다. 가정폭력·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범죄 피해자가 모두 이 법에 따라 보호받는다. 영국은 2012년 가정폭력의 정의를 가족 구성원은 물론 친밀한 파트너 관계로까지 넓혔다. 과거 배우자 또는 파트너였거나 서로 결혼 의사가 있는 관계에도 적용된다. 일본은 종전에는 배우자, 이전 배우자, 사실혼 배우자였던 배우자폭력방지법의 적용 대상을 2013년 '생활 본거지를 같이하는 교제 관계'로 확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5년 9월 연인의 외도를 의심한 남자 친구가 40대 여성을 살해해 유기한 사건 이후로 10년 가까이 데이트폭력 관련 법안 10건이 발의됐으나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별도 법률을 제정하건 스토킹처벌법이나 가정폭력처벌법에 편입하건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할 것이다. 현재 교제 폭력을 의율하는 폭행·협박죄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있지만, 새 법에서는 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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