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연속 출장 왜 못해?" 희생 강요 부사장의 최후

방성훈 2024. 5. 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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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틱톡 더우인서 "50일 연속 출장도 가능해야"
"난 직원들 엄마 아냐…개인 사정 배려할 필요 없어"
실직·해고 두려워 과잉 노동 견디던 中직장인들 폭발
바이두 주가 하락· 논란 확산에 사과했지만 결국 사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부하 직원들에게 장시간 노동을 강요해 논란을 빚었던 중국 바이두의 홍보 담당 부사장이 결국 사임했다.

바이두에서 부사장 겸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로 일했던 취징. (사진=더우인의 취징 계정, CNN)

9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의 국영 금융매체 이코노믹 리뷰는 바이두의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취징(Qu Jing) 부사장 겸 커뮤니케이션 책임자가 (소셜미디어에서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으로) 회사를 그만뒀다”고 전했다. 취징 부사장이 사임한 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회사 내부 시스템의 스크린샷도 함께 보도됐다.

취징 부사장은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 게재한 4~5편의 짧은 동영상에서 부하 직원들에게 불합리한 기업 문화를 강요해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는 한 영상에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장기 출장을 거부한 직원을 맹비난하며 “50일 연속 출장을 함께 할 수 있을 만큼 헌신적인 직원이 필요하다. 그것이 개인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당신들의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복지에 대한 책임이 없다. 내가 왜 직원들의 가정을 배려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엄격한 봉쇄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리한 요구라고 CNN은 지적했다.

취징 부사장은 또 “홍보 분야에서 일한다면 주말에 쉬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 “휴대전화를 24시간 켜두고 항상 응답할 준비를 해라”라며 장시간 초과 노동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나는 당신을 이 업계에서 실업자로 만들 수 있다”며 도를 넘는 위협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외에도 여성으로 바이두의 부사장직까지 오른 것을 과시하며 “나는 당신들보다 10살, 20살이 많고 아이도 둘이 있는데 피곤해하지 않는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큰 아들의 생일과 작은 아들의 학교 학년도 잊어버렸다”며 희생을 강요했다.

취징 부사장의 더우인 계정은 당초 바이두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그의 발언들은 낮은 직급에서 일하고 있는 젊은 중국인들의 반발을 샀다. 중국 소설미디어(SNS)에서는 그와 바이두가 해로운 직장 문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뤘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서 한 이용자가 “직원들은 따뜻함이 전혀 없는 회사에서는 결코 편안함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관련 토론은 조회수가 1억 5000만회에 달했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의 젊은 직장인들은 일자리 부족 및 해고 위기 속에 ‘울며 겨자먹기’로 초과 노동을 하고 있는 터라 취징 부사장의 발언이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에는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주 6일 근무’를 의미하는 ‘996’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또한 중국 빅테크들은 35세 이상 근로자는 노령으로 간주, 정리해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35세의 저주’다.

컨설팅업체 웨이브렛 스트레티지의 아이비 양 설립자는 “취징 부사장의 목소리와 어조는 중국 내 대다수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애환에 대한 무관심과 공감 부족으로 채워져 있다”며 “그가 말한 내용들은 중국 내 대다수 직장인들이 실제로 일하면서 느끼고 있는 것들인데, 너무 직접적으로 말해 불만이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진=AFP)

취징 부사장은 홍보 업계로 이직하기 전에 중국 국영 신화통신에서 기자로 일했으며, 화웨이를 거쳐 2021년 바이두에 합류했다. 이와 관련, CNN은 ‘취징 부사장은 취임 당시 업무에 대한 헌신, 엄격한 관리 스타일, 직속 부하 직원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 등과 같은 화웨이의 공격적인 기업문화, 이른바 ‘늑대 문화’를 바이두에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후 그의 팀원들 중 약 60%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취징 부사장은 자신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자 뒤늦게 “깊이 반성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나에 대한) 많은 비판은 지극히 적절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또 “내가 한 말들은 바이두의 사전 승인을 구하지 않았으며 바이두의 입장을 대변하지도 않는다. 부적절한 내용이 많이 담겨 회사의 가치관과 문화에 대한 오해로 이어져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그러나 바이두의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고 결국 취징은 회사에서 쫓겨났다. CNN은 취징의 더우인 계정에서도 바이두의 부사장이라는 직함이 삭제됐다고 전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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