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혹하지만 가혹하다"…'더 에이트 쇼', 8인의 희비극
[Dispatch=김다은기자] "'더 에이트 쇼'는 인간사회 축소판입니다. 모두에게 공통된 절대적 시간과 상대적인 돈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죠." (천우희)
세상에서 가장 혹하지만 가혹한 '더 에이트 쇼'가 시작된다. 8명의 사람이 8개의 층에 갇혀 미션을 수행한다. 배경은 시간이 흐르는 만큼 상금이 쌓이는 공간.
기존 서바이벌 게임의 규정을 비껴간다. 쇼에 참가하는 사람 중 단 한 명도 죽어서는 안 되는 룰을 설정한 것. 1~8층의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위해 협동한다.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물이다. 감독은 "천국이든 지옥이든 모두가 함께할 수밖에 없다"며 "각 회차 오프닝을 따로 제작했다. 인물들이 각자 한 회씩 텐션과 전환을 책임진다"고 귀띔했다.
난도 높은 현장이었다. 장소와 인물의 변주 없이, 8명의 배우들은 8개월간 제한된 장소에서만 연기에 임했다. 배우들은 "격 없이 친해졌다. 더 몰입된 이유였다"고 입을 모았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에이트 쇼' 측이 10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배우 류준열, 천우희, 박정민, 이열음, 박해준,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 한재림 감독이 자리했다.
'더 에이트 쇼'는 피카레스크 장르다.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돌파한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특이한 건 2개의 작품을 엮었다는 것. 한 감독이 배진수 작가의 '머니게임'과 '파이프게임'을 각색했다.
한 감독은 '머니게임'의 블랙코미디 서사와 '파이프 게임'의 룰에 빠졌다. "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할수록 구렁에 빠지고, 한 사람도 죽으면 안 된다는 룰이 천재적이었다"고 말했다.
웹툰의 방대한 분량을 8개 에피소드에 담는 과정도 중요했다. 한 감독이 8명의 캐릭터로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을 설치했다. "희비극이 잘 정리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의 첫 시리즈물이기도 하다. 영화와 드라마의 러닝타임과 매체 차이점을 확실히 느낀 과정이었다. 한 감독은 "다음 회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 각 회차의 오프닝을 다르게 뒀다"고 밝혔다.
한 감독은 "보통 오프닝은 생략하는데, 각 인물들의 오프닝을 만들어서 그 인물의 입장에서 만들었다"며 "크레딧 순서도 이유가 있다. 전환점에 따라 인물을 소개한다"고 요약했다.
극 중 인물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층수로 불린다. 모두 돈 앞에 무너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자들. '당신의 시간을 돈으로 사고 싶다'는 제안이 담긴 초대를 받고 쇼에 뛰어든다.
류준열이 3층을 연기한다. 쇼의 문을 여는 인물이자 '더 에이트 쇼의' 화자다. 모든 행동이 어딘가 어설프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 평범한 캐릭터를 부여받았다.
류준열은 "중간의 3~5층 중 하나를 선택한다. 말 그대로 어중간하고 안전한 것을 추구한다"고 소개했다. 또 "화자로서 인물들의 선택 상황들을 객관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한다"고 했다.
그는 대본을 받자마자 출연을 결심했다. 앞서 '더 킹'으로 한 감독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감독님의 전작품을 모두 재미있게 봤다. 앞뒤 가리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한 감독은 "류준열이 내레이션으로 극을 끌고 간다. 시청자가 3층의 관점을 따라가게끔 했다. 캐릭터를 이 방식으로 끌고 가면 입체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천우희는 가장 꼭대기 층인 8층을 완성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로 모든 상황을 즐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자, 오직 유희와 흥미를 목적으로 쇼에 참가했다.
천우희는 그 어느 때보다 인물에 호기심을 들었다. "매번 쉬운 인물은 없지만 기존의 작품, 역할과 너무 달랐다. 이 인물은 대체 어떤 삶을 영위하고 살까 궁금했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본성과 본능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가장 순수하게 연기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더라. 도전하는 만큼 인물을 풀어감에 있어 즐거움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파격적인 의상과 나이브한 매력 또한 폭발시켰다. 천우희는 "드디어 저의 섹시함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관능미와 섹슈얼함은 배우에게 있어 큰 매력과 재능이다"고 답했다.
체중 감량도 감행했다. 그는 "식욕보다 본능적인 욕구와 욕망이 많은 사람이다 보니 감량을 했다. 정말 가벼운 의상을 입고 연기했다"면서도 "부담도 있었다"고 했다.
이외에도 박정민이 브레인 7층을, 이열음이 기회주의자 4층, 박해준이 불같은 성격의 6층, 이주영이 정의 빼면 시체인 2층, 문정희가 평화주의자 5층, 배성우가 신체적 결함자 1층을 맡았다.
다채로운 캐릭터 뒤,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한 감독은 작품 곳곳에 '진짜 같은 가짜'의 소품들과 의상을 추가했다. 원작과 다른 시리즈만의 차별화였다.
한 감독은 "웹툰에서는 미술과 의상이 의도적으로 생략이 되어있다. 따라서 영상화할 때 원작의 에피소드와 콘셉트 철학을 가져올 순 있어도, 다른 건 불가능했다"고 짚었다.
결론적으로, 한 감독은 쇼 곳곳에 인물의 욕망이 깃들어져 있는 재화와 물건을 전시했다. 단, 모든 걸 가짜로 만들었다. "가짜여야 이들이 돈을 벌어 나가고 싶은 욕망이 세질 거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을까. 배우들은 그 덕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도 그럴 게 '더 에이트'는 다른 작품과 달리 한 촬영장에서 인물과 환경의 변화 없이 촬영했다.
천우희는 "제한된 공간에서 지내다 보니까 볼꼴 못 볼 꼴 다 보면서 격없이 친해졌다. 힘든 장면에서도 서로 힘을 받았다"면서도 "가끔은 혼자 있고 싶더라"며 농담했다.
이에 박정민은 "이 자리에서 천우희의 솔직한 마음을 처음 들었다. 저는 서로 너무 친해서 굳이 찾아가서 '밥 같이 먹자'고 했다. 미안하다"며 미소로 화답했다.
박해준은 "8개월 동안 한 장소에서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같은 사람들을 봤다. 가족 같았다"면서도 "촬영이 끝나고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더라. 정이 많이 들었다"고 공감했다.
한편 이날 배성우는 음주운전 논란에 사죄의 말을 전했다. 그는 지난 2020년 음주운전 혐의로 경찰에 입건,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이후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개인적인 문제로 함께 작업하는 분들께 폐를 끼쳐 죄송하다. 감독님과 배우, 스태프분들께서 땀과 노력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과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더 에이트 쇼'는 지난 2022년 촬영됐다. 배성우의 음주운전 사건 이후의 시기에 찍었다. 해당 사건 이후 개봉하거나 공개된 출연작들 중 배성우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한재림 감독은 "배성우가 역할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간 (배성우가) 굉장히 많이 죄송해하고 힘들어했고, 그런 마음을 충분히 봤다"고 캐스팅 이유를 전했다.
사생활 질문도 이어졌다. 류준열은 한소희와의 열애·결별 과정에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한 감독은 이열음과 열애설이 불거졌었다.
류준열은 "일일이 답변하기보다 침묵하고 비판을 감당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고, 한 감독은 출연 배우 이열음과의 열애설에 대해 "(이열음과) 친하긴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더 에이트 쇼'는 오는 17일 전편을 공개한다.
<사진=송효진기자(Dispatch)>
Copyright © 디스패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