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직 큰 혼란 없다지만…"대체 언제까지" 불안함에 피마르는 환자들

홍효진 기자 2024. 5. 1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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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국 의대교수들 '집단휴진'
서울대병원 등 '빅5' 중 4곳 휴진 동참
큰 혼란 없었지만…의정갈등 장기화에 환자 피로도 급증
전국 의대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의 서울대암병원 암맞춤치료센터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집단 휴진 때문에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전보다 혼란스럽거나 하진 않아요. 그래도 이런 소식 들리면 불안하죠. 위암 수술받고 경과를 봐야 제대로 진료가 되는데 초음파에 위내시경까지 자꾸 취소된다니까요."

전국 의대 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8시 서울대병원.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은 없었지만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은 커진 분위기였다. 암병원 혈액검사실 앞에 대기 중이던 장모씨(49)는 "걱정했는데 다행히 혼란스럽거나 하진 않은 분위기"라면서도 "초음파·위내시경 등 검사가 계속 취소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3년 전 위암 수술을 받은 장씨는 6개월마다 한 번씩 경과 확인차 본가인 경북 포항시에서 서울대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의료대란이 본격화된 뒤로는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예약된 초음파 및 위내시경 검사가 연이어 취소돼 일정 조율 자체가 힘든 탓이다.

장씨는 "진료받기 일주일 전에 초음파를 찍고 채혈 검사도 해야 하는데 의사 파업 때문에 초음파는 취소됐다"며 "채혈은 2시간 정도면 결과가 나오니까 아침 일찍 첫차 타고 와서 검사하고 진료받으러 기다리고 있다. 위내시경도 제때 못 받고 있는데 제대로 된 진료를 못 받으니 암환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국 의대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의 서울대암병원 혈액암센터·조혈모세포이식센터 앞에서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이날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소속 전국 19개 의대에선 전국적인 휴진(외래진료·비응급 수술 중단)에 들어갔다. '빅5' 중에선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 등 4곳이 휴진에 동참했다. 정확한 휴진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 의료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단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 현장에선 평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2년 전 위암 수술 후 외래진료를 보러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오고 있다는 A씨(50대 중반)는 "의사 휴진 소식은 듣긴 했지만 진료는 예약한 대로 받았다"며 "큰 혼란은 없는 것 같다. 40분~1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평소보다 대기시간이 길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8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는 최모씨(여·30대 중반)는 "4월 말 진료를 봤고 오늘 결과를 들으러 왔다"며 "담당 교수가 오늘 의료 파업 때문에 휴진이라고 들었는데 결과 알려주려고 잠깐 병원에 나오기로 했다. 진료가 미뤄지거나 불편함을 느낀 건 없었다"고 했다.

집단휴진 규모에 대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정확한 규모는 파악이 어렵고 (교수들이) 자율적으로 휴진 중인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확인했을 때는 (대부분) 정상 진료 중으로 전체 외래 등은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전국 의대교수들이 집단 휴진에 들어간 10일 오전 9시 서울대병원 내부 벽면에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내용의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사진=홍효진 기자


그러나 장기화된 의료공백 사태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피로감은 이미 한계점에 다다르는 듯 보였다. 정부가 지난 2월6일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을 발표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의료계와 갈등의 폭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선 응급 및 중증·입원환자의 진료와 수술이 유지됐지만 환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초조함을 드러냈다.

폐암 환자인 아버지와 함께 외래진료 차 병원을 찾은 권모씨(39)는 "우리 쪽 담당 교수는 오늘 쉰다는 얘기는 없었고 아직까진 진료가 미뤄지진 않았다"면서도 "(사태가) 너무 길어지고 의료계와 정부 모두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니까 이후 일정은 어떻게 될지 불안하다"고 전했다. 폐암 4기 환자 B씨(63)는 "빨리 해결돼야 우리도 숨 좀 쉬지 않겠느냐"며 "중증 환자라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도 없는데 일정이 밀리는 게 제일 무섭다"고 말했다.

뇌종양 환자인 손자(12)와 함께 소아·청소년 병동을 방문한 C씨(여·67)는 "(다른 병원에서) 항암치료 5차까지 받고 나머지 치료받으면서 이식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2월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는데 원래 자주 보던 선생님들도 안 보이는 분들이 많다. 소아·청소년과 자체가 의사들이 많이 없다 보니 자리에 있는 분들은 힘들어하시는 게 눈에 보인다"고 전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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