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 의사, 실력 검증돼야 진료”.. “당장 투입 계획 없지만, 의료 공백은 없어야” 그럼 어떻게?

제주방송 김지훈 2024. 5. 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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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의대 졸업 후 한국 의사시험 합격
“10명 중 4명” 불과.. 의료계·환자 ‘불안’
정부 “의사 없어 진료 못 보는 것 더 위험”
“의료 공백 없으면, 외부 들여올 일 없어”
‘심각’ 단계 계속 땐 “수년간 활용 가능”


정부가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의 의료 현장 투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외국 의대 졸업자의 한국 의사시험 합격자는 10명 중 4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서 우리나라에서 의사로 활동하려면 의사 예비시험 합격 후에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일각에선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서 외국 의대 출신 의사를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자칫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검증되지 않은 의료 인력이 국민을 치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는 등의 검증을 거칠 것이란 입장을 내놨습니다.
현재 의료 현장에 일부 불편은 있지만 비상 진료체계는 큰 혼란 없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정부 역시 외국 의사를 당장 투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했습니다.

다만 투입 전제 조건인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코로나 19 때처럼 수년간 이어질 경우, 계속해서 활용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중요하고 ‘의료 공백’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도입 취지와 역할 등을 둘러싼 정책 대응 추이를 당분간은 지켜봐야할 관측이 나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위기 상황에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가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전문의 지도 아래에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최근 정부가 관련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재난위기 심각 단계에서 외국 의사 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규정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진료하는 일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갖추겠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이는 “국민의 의료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비상진료체계의 저변을 갖추자는 차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총리는 또 비상진료 체계가 3개월여 지속되는 상황에, 정부가 의료현장 부담을 덜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현재 전체 종합병원의 일반 입원 환자는 평시 96%, 중환자실 입원 환자도 평시의 95%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100개 수련병원 전임의 계약률이 66.9%고, 이 중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대병원)는 70% 수준까지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비상 진료 체계 유지를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도 이어지는 상황으로, 정부는 지난 3월 1차 예비비 1,285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2차 예비비도 검토 중이라고 한 총리는 설명했습니다.

한 총리는 의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강행에 반발하면서 이날 전국적으로 하루 휴진에 들어간 데 대해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고,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을 비롯한 의사들의 현장 복귀도 주문했습니다.

정부가 의대 증원 과정에서 가동한 위원회의 회의록 작성 여부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의대 증원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국민께 소상히 알려왔다”며 “앞으로도 충실하게 설명하고 투명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5~2023년 외국의대 졸업자의 한국 의사 예비시험 합격률은 55.4%로 나타났습니다. 424명이 응시해 235명이 통과했습니다.
국가고시는 288명 중 215명(74.7%)이 합격했습니다. 외국 대학 졸업자가 국가시험을 통과해 국내 의사면허를 발급받은 비율은 41.4%에 그쳤습니다.

응시자가 10명 이상인 국가의 최종 합격률은 영국이 69.0%로 가장 높고 파라과이(53.3%), 헝가리(47.9%), 러시아(45.0%)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필리핀(3.0%), 미국(15.2%), 우크라이나(25.0%), 폴란드(25.0%), 일본(32.0%), 우즈베키스탄(33.3%)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합격률을 보였습니다.
응시자는 헝가리(189명), 우즈베키스탄(71명), 영국(27명), 미국(23명), 독일(21명), 호주(18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신 의원은 “국내 의사 고시를 통과하지 못할 외국 의대 졸업자들이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 의대 출신 의사의 현장 투입은 환자 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의료 사고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위험한 발상”이란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이같은 우려 섞인 시각과 관련해, 정부 당국은 외국 의사 투입 계획은 당장 시행될 사안이 아니라고 전제했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현장 브리핑 영상 갈무리)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최근 외국 의사의 국내 의료행위 승인에 대해 “외국 의사는 제한된 기간 내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총리 발언과 마찬가지로, 박 차관은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는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라며 “의료 현장에 일부 불편은 있지만 (현재) 비상진료체계는 큰 혼란 없이 유지되고 있어, 정부는 외국 의사를 당장 투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을 두고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 보완적인 조치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라면서, 의료보호 체계를 최대한 확대하고 비상진료체계의 저변을 다지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구체적인 시행 방침에 대해 “제한된 기간 안에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재차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신 의원의 우려 섞인 지적과 관련해선 “정부로선 환자를 진료할 의사가 없어 내놓은 대책”이라면서 오히려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 받는 것이 가장 위험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습니다.

박 차관은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아플 때 어디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되겠나”라면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헌법의 책무에서 합당한 정부의 태도라고 생각한다”라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도 시행 배경에 대해서는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했기 때문에 고안된 보안책”이라면서 “전공의들이 없어 교수들이 밤을 새 가면서 일을 하다, 지금은 주기적으로 휴진을 하겠다고 한다. 공백을 메우려고 하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결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불어,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당장 외국 의사를 현장에 바로 투입하진 않을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박 차관은 “정부는 외국 의사를 당장 투입할 계획은 없다”면서 “제도적 보완 사항을 발굴한 것이지 실제 시행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습니다.   

외국 의사의 역할과 활동 영역은 전공의를 대체하되, 향후 의료 기관에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해 박 차관은 “전공의들이 의료기관에서 하던 역할이 있는데, (전공의가 떠난) 지금 교수님들이 힘들어하는 건 야간 당직”이라면서 “외국 의사는 그런 보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에서 업무 범위를 설정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코로나 19 때처럼 수년간 ‘심각’ 단계가 이어질 경우, 계속해 외국 의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입장도 보였습니다.

박 차관은 “외국 의사가 한국에서 근무할 때 3개월 혹은 6개월 이렇게 기간을 정한다”면서 “만일 중간에 심각 단계가 풀린다고 해서 떠나는게 아니라, 계약기간만큼 일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해주는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 코로나 19처럼 심각 단계가 3년간 지속된다면 외국 의사 투입을 계속 연장함으로써 현장에서 큰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구체화하는 작업이 더 필요하고, 주로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을 보좌해서 업무를 분담하는 분야에 활용이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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