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장 "질적 검증 안 된 해외 의사에게 부모 맡길 수 있겠는가"

정심교 기자 2024. 5. 1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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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의협, 전날 윤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 표명
"박민수·김윤이 대통령 속여 의대증원 추진" 주장
의정 양측 백지상태서 대화 나서자고 정부에 제안
소말리아 의사 "커밍 쑨" 게시글에 "생각 짧았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05.10.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의대증원책을 놓고 정부와 의사집단 양 측 모두 '백지 상태'에서 대화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현재의 의료대란 사태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과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속여 의대증원책을 몰아붙인 게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임현택 회장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연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박민수 차관과 김윤이 대통령을 속여 진행해왔던 의대정원 문제와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백지상태에서 다시 논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9일)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에 대해 의협이 조목조목 반박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임 회장은 대통령이 아닌 박민수 차관과 김윤 의원을 겨냥했다. 임 회장은 "어제(9일)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모든 힘을 다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씀은 국민을 위한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박민수와 김윤이 대통령을 망치고, 국민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임 회장은 박 차관에 대해 '의사들을 악마화해 국민 생명이 어떻게 되든 말든 오로지 복지부 장관이 되겠다는 생각만 있다'라고도, 김윤 의원에 대해서는 '의사 면허 따고도 환자 1명도 진료하지 않았으면서 정부 관료 입맛에 맞는 용역으로 33억을 모으고 더 큰 이권을 챙기기 위해 국회로 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박민수와 김윤이 국민과 대통령을 속여, 나중에 '어떻게 이런 병도 치료 못하냐'는 한탄이 국민으로부터 나올 때 그 원망과 책임은 대통령이 뒤집어쓸 것"이라며 '백지상태'에서의 대화를 정부에 촉구했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게 맞는지, 줄이는 게 맞는지, 늘린다면 얼마나 늘릴지 등을 양측 모두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 개혁을 위해 대화에 나서자는 것이다.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이촌동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대한의사협회 입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 회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씀이 국민들을 위한 진심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을 책임지시는 대통령으로서 결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백지상태에서 만나 대화할 용의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2024.5.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사진=(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정부가 추진하려는 '해외 의사 수입'에 대해서도 그는 날을 세웠다. 임 회장은 "국내에서 돈은 많은데 지적 능력이 안 돼 해외의 의대로 입학해 졸업한 후 우리나라에서 의사면허 국가고시를 보면 합격률이 매우 낮다"며 "그런데도 그들이 한국에서 국가고시를 보지 않은 채 의사가 된다고 하면 목숨을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질적 검증 안 된 의사들을 수입해오겠다는, 아무 문제 없겠다는 태도는 자기들은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같은 큰 병원에 언제든 가서 치료받으면서 국민은 어떻게 되든 나는 모르겠다는 안일한 의식에서 나온 생각"이라며 "그들에게 본인(관료) 부모 진료 맡기라면 맡기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의협 최안나 보험이사는 "우리나라 의대는 전 세계 탑클래스"라며 "우리나라에서 정규 의대를 입학·졸업한 사람은 의사면허를 100% 가까이 따지만, 해외 의대로 우회 입학·졸업한 사람 중 우리나라에서 국가고시를 보고 합격할 확률은 30% 내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이사는 "정부는 이런 사람들이 외국에서 의사면허를 딴 후, 우리나라에서 국가고시를 보지 않은 채 바로 의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는 건데 아무 생각 없이 일단 지르고 보는 행태"라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정책이라고 내는 게 참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최근 불거진 인종 차별 논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말리아 20년 만의 의대 졸업식'이라는 제목의 기사 사진과 함께 "커밍 쑨"이라는 글을 남겼다. 해당 기사에는 학생들이 폭력과 무정부 상태에서도 여전히 공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내용이 담겼다. 임 회장은 정부가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해외 의사의 국내 진료 허용을 추진하려 한 데 대해 반발한 취지로 소말리아 의사들이 국내에서 진료할 수 있다는 취지로 게시했지만, 인종 차별 논란이 일자 게시글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임 회장은 브리핑에서 "사과드린다. 생각이 짧았다"며 "의사들 단톡방(단체 대화방)에 오른 것을 큰 생각 없이 SNS에 올렸다. 분명한 잘못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상처받은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언급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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