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하는 코끼리, 상대가 보지 않으면 소리 내고 '툭' 친다

이병구 기자 2024. 5. 10. 11: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반갑게 인사하려는 친구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자신을 보고 있을 때 코끼리는 귀를 펼치거나 몸통을 흔드는 등 시각적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상대 코끼리가 보고 있지 않아 주의를 끌 필요가 있을 때는 소리를 내거나 몸통을 접촉하는 등 청각·촉각적 인사를 할 가능성이 더 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코끼리 도마(수컷)와 마이노스(수컷)가 인사하는 모습. 도마가 귀를 벌리고 몸통을 뻗어 마이노스의 입을 만진다. 마이노스는 귀를 펼치고 들어 올린다. Vesta Eleuteri 제공

반갑게 인사하려는 친구가 다른 곳을 보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목소리로 친구를 부르거나 손으로 툭툭 치기도 하는 것처럼 코끼리도 자신을 보지 않는 코끼리에게 인사할 땐 소리를 내는 등 인사 방법을 적절히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젤라 스토거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행동 및 인지생물학과 연구원팀은 코끼리가 발성과 몸짓을 결합해 서로 인사하며 인사 대상의 시각적 주의 여부에 따라 의도적으로 의사소통 방법을 변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결과를 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코끼리는 사회적 동물로 개체들끼리 헤어졌다가 다시 만날 때 종종 인사를 한다. 이때 코끼리는 다양한 몸짓을 하고 소리를 내지만 이것이 의도적인지는 불분명했다. 코끼리가 인사할 때 발성과 몸짓을 어떻게 결합하는지도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2021년 11월부터 12월까지 짐바브웨 자푸타 보호구역에 서식하는 아프리카코끼리(학명 Loxodonta africana) 9마리를 관찰하며 코끼리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나는 상황에서 인사할 때 사용하는 몸짓과 발성을 연구했다. 89번의 인사 장면에서 1282개의 인사 행동이 관찰됐다. 이 중 1014개는 몸짓, 268개는 발성이었다.

분석 결과 귀를 펄럭이며 '그르렁' 소리를 내는 조합이 가장 일반적인 코끼리 인사법이었다. 암컷 사이에서 더 자주 사용됐다. 꼬리를 위로 치켜들거나 흔드는 등의 동작도 관찰됐다. 코끼리 인사의 71%에서 배뇨와 배변, 분비물이 나왔다. 연구팀은 "인사할 때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코끼리는 인사하려는 상대가 자신을 보고 있는지 인식해 인사법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가 자신을 보고 있을 때 코끼리는 귀를 펼치거나 몸통을 흔드는 등 시각적 인사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상대 코끼리가 보고 있지 않아 주의를 끌 필요가 있을 때는 소리를 내거나 몸통을 접촉하는 등 청각·촉각적 인사를 할 가능성이 더 컸다.

이전 연구에서는 침팬지 등 유인원도 몸짓과 발성을 결합해 인사하며 상대가 자신을 보는지 여부에 따라 의사소통 방법을 바꾼다는 사실이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먼 친척 관계에 있는 유인원과 코끼리 종에서 이런 사회적 소통 방법이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