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감세하려고 이렇게 하려는 게 아니다”…尹 기자회견에 시장 반응은
취임 2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출범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는 자유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는 이른바 징벌적 과세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그간 이를 ‘부자 감세’로 지적해온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압승했다. 이에 국회 협치가 주요 과제가 된 가운데 남은 임기 동안의 부동산·세제 정책 방향을 묻자 윤 대통령은 “크게 세 가지”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꼽은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세 가지는 ▲건물과 집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건축·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것 ▲과도한 징벌적 과세를 완화해 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 ▲재건축 시행 사업자나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에게 원활하게 대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고 매매 뿐 아니라 전세가가 매매가에 육박해 갭 투자가 많이 이뤄졌다. 그렇게 해서 집단적인 전세 사기도 발생해 많은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은 것”이라며 “이는 시장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정부의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0일 연 민생토론회에서도 “(다주택자에게)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확 풀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일단 시장에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문제는 법 개정인데 정부 여당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빠른 시일 내 야당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로 세금을 꼽았다.
고 교수는 “지금은 세금으로 시장이 동맥경화에 걸리도록 세금으로 막아둔 것”이라며 “신축 아파트 공급은 단기적으로는 비탄력적인 만큼 기존 주택도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세금을 낮춰야 한다. 지방에서도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데 양도세 뿐 아니라 법인들이 투자 시 취득세를 낮추면 투자가 늘어난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 산관리컨설팅센터 부장은 “지난해 주택 착공 건수가 감소한 경향이 있고, 서울과 수도권은 1980~1990년대 건축된 아파트 정비사업 통해 신규 공급이 필요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이런 면에서 정비사업 규제 완화, 수도권 주택 공급 및 노후계획도시 정비 위한 정책 수립에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적인 소득 불균형 해소나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부분인 만큼 여야 의견 역시 원론적인 면에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분양형이냐 임대형이냐 같은 강론이나 다주택자 과세 이슈에 있어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있어 22대 국회와의 조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회 동의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윤석열정부가 정책 수립을 해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겸 수석연구원은 “사실상 법 개정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정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윤석열정부는 이미 시장과 안 맞는 규제들을 거둬들이고 있었다. 정부 차원의 대출 규제도 풀고 세금도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유예, 재산세·종부세도 건들여 놓고 정비사업 활성화 이슈도 이미 끌어왔다”며 “이제 임대차 3법 같은 법개정이 남은 건데 기존 노선대로 간다는 건 결국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건 계속 끌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같은 건 야당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고 정비사업 없이 주택 공급을 늘릴 순 없다”며 “모든 정책이 국회를 통해 나오는 건 아니고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여전히 많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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