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中企 연체율 급증...파산에 무너지는 지역경기
1년새 0.228%P ↑, 시중銀의 6배
건전성 위기에 지방은행 실적 뚝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위협도 한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부진 현상이 이어지며 지역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이자 상환 능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이에 이들을 주 고객으로 삼는 지방은행의 위기감도 덩달아 고조되고 있다. 원리금조차 납부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채무 규모가 늘어나면서 은행 건전성 및 실적 악화를 부추긴 영향이다. 지방은행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량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강화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시중은행도 대기업 대출 확보를 위한 경쟁을 본격화하며, 지방은행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銀 기업대출 연체율 급증=1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지방은행(부산·경남·대구·광주·전남)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0.712%로 지난해 동기(0.484%)와 비교해 0.228%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31%에서 0.35%로 0.04%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지방은행의 연체율 상승 속도가 시중은행의 6배에 가까운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급상승한 영향이다. 5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53%에서 올해 0.786%로 0.256% 급증했다. 반면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34%에서 0.41%로 0.07%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금융권에서는 고금리·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며 매출 하락을 겪고, 이자도 제대로 납부하지 못하는 지역 중소기업이 속출하는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1분기 5390억원 수준이었던 5대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올 1분기 기준 8348억원으로 1년 새 2958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상·매각한 대출채권 규모도 2335억원에서 4764억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4월까지 지방은행들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 비중 의무는 신규취급액 60% 수준으로 시중은행(45%)에 비해 높았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지역 거점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여신 규모를 늘려왔다. 5대 지방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의 비중은 90%에 달하는 상황이다. 경기 둔화의 타격이 지방은행 기업대출 건전성에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준 이유다.
매출 하락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 단계에 접어드는 사례들도 지방에서 더 크게 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 1분기 법원에 접수된 법인들의 파산 신청 건수는 439건으로 전년 동기(326건)와 비교해 약 34.7% 늘었다. 그중에서도 올 1분기 수도권 외 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건수는 142건으로 지난해 1분기(94건)과 비교해 48건(5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높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매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상환 능력이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들이 연체를 시작하고 있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 현상이 지방에서 더 두드러지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 등에 따른 관련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건전성 탓에 실적도 뚝↓...대기업 대출도 ‘난관’=문제는 중소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가 지속되며, 지방은행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5대 지방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47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4847억원)과 비교해 92억원(1.7%) 줄어들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보상금을 제외한 5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이 1년 새 6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저조한 실적이다.
여기에는 건전성 악화에 따라 큰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한 것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분기 기준 2132억원이었던 5대 지방은행의 충당금전입액은 올해 2748억원으로 29% 늘었다. 심지어 이같은 건전성 악화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점차 미뤄지고 있는 데다, 고물가에 따른 비용 상승 등 요인이 가중되며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지방은행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기업 대출을 우회로 중 하나로 택했다. 상대적으로 건전성 우려가 적은 대기업 대출 비중을 늘려, 실적 방어 및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5대 지방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1조45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9조1444억원)와 비교해 25%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은행의 경우 1년 새 대기업 대출 잔액이 1조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이 또한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많다. 시중은행들에서도 기업대출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대기업 대출 확보를 위한 금리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약 163조원으로 1년 새 31조원가량 늘었다. 최근 1년 간 지방은행들보다 10배는 더 많은 대출을 실행한 셈이다. 심지어 5대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 규모는 전체 기업대출의 20.8% 수준으로 5대 지방은행(9.3%)을 훌쩍 웃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기업 영업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더 저렴한 금리로 대출을 공급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각종 중소기업의 경우 영업점 자체의 역량 등으로 영업을 확장할 수 있으나, 대기업의 경우 규모의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이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깎고 고객 확보 경쟁에 돌입할 경우, 지방은행의 소외는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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