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미사일’ 발사 성공, 양산 앞두고 “돈 더 못내” 직면한 KF-21 [박수찬의 軍]
국산 KF-21 전투기가 본격적인 생산을 눈앞에 두고 실전 능력 점검에 나섰다.
기술적 측면에선 진전을 보이지만, 다른 분야에선 리스크가 불거지는 모양새다. 개발비의 20%인 1조6000억 원을 부담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는 6000억 원만 내겠다고 제안했다.
초도양산 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불거지는 대당 가격 관리 문제와 더불어 향후 인도네시아가 만들 차세대 전투기(IFX)까지 감안하면, 비(非)기술 분야 리스크 문제가 언제든 불거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200㎞ 거리서 적기 요격
KF-21은 지난 8일 미티어와 IRIS-T 공대공미사일 첫 실사격에 성공했다. 이날 오전 11시 45분쯤 미티어를 탑재한 KF-21이 사천공항을 이륙, 낮 12시 20분쯤 발사에 성공한 뒤 12시 47분 복귀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능동전자주사(AESA) 레이더로 87㎞ 거리에 있는 무인기를 추적, 미티어를 쏴 무인기 옆을 1m 이내로 스쳐 지나가게 하는 방식으로 실사격이 이뤄졌다.
이로써 KF-21은 유로파이터, 라팔, 그리펜에 이어 4번째로 미티어 실사격에 성공했다. 한국 공군은 아시아 최초로 미티어 공중발사 시험을 실시한 조직이 됐다.
이번 성공으로 KF-21은 AESA 레이더의 표적 탐지 및 유도, 항공무장과의 데이터 송·수신 등의 원거리 탐지 및 격추 능력을 증명하게 됐다.
기체에서 미사일을 안전하게 분리, 점화해 비행하는 기능도 정상적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방위사업청은 “KF-21과 공대공 무장 간 통합이 안정적인 것을 확인, 전투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20대를 먼저 계약하고 검증 후 추가계약을 하는 20+20 계획을 구상했다. 이날 공대공 무장 시험 성공으로 추가계약에 필요한 조건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시험한 미티어는 기존 공대공미사일의 개념을 바꾼 혁신적인 무기로 평가된다.
전투기가 공중전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가능한 먼 거리에서 적기를 탐지하고 격추해야 한다.
기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은 최대 사거리로 발사하면, 중간에 엔진이 꺼지고 관성 운동 에너지로 비행한다. 이는 명중률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미티어는 램제트 엔진을 적용해 사거리와 비행성능을 높인 덕티드 로켓을 쓴다. 발사 직후 순항 단계에서 엔진 추력을 조절해 연료를 아낀다. 목표에 가까워지면 속도를 높인다.
먼 거리에서 쏴도 마하 4.5에 이르는 속도로 최종 공격을 한다. 도주하는 적기를 추격해서 요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이같은 기능을 통해 90여㎞ 정도인 기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사거리를 200㎞ 이상으로 늘렸다. 충돌 및 근접 신관과 파편 폭발형 탄두를 장착하고 있어 살상력을 극대화 할 수 있다.
탐지 및 추적능력도 뛰어나다. 미티어는 미사일을 쏜 전투기 조종사가 레이더를 미사일이 목표물을 찾는 용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조종사는 미사일을 목표물에 지정하기만 하면 된다.
미티어를 쏜 전투기 주변에 있는 다른 전투기, 조기경보통제기, 육지 및 해상 레이더처럼 다양한 수단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데이터링크를 통해 전투기나 미사일이 스스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한다.
미티어의 데이터링크는 양방향으로 작동한다. 조종사가 미사일을 발사한 후에도 목표물을 재설정할 수 있다. 조종사는 미사일의 연료, 에너지, 추적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목표물을 향해 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전투기가 복귀 여부를 정하는 것에도 중요하다.
F-35에도 미티어가 쓰일 예정이다. 영국은 미티어를 F-35의 공대공 무기로 사용할 계획이다. 일본은 F-35 탑재를 염두에 두고 미티어에 자국 기술을 접목한 미사일을 영국과 공동개발 중이다.
KF-21이 기술적인 부분에서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프로그램 측면에선 논란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KF-21 개발 분담금을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조정하는 대신 기술이전도 그만큼만 받겠다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사실상 수용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는 2034년까지 매년 1000억원씩 분담금을 내겠다고 지난해 말 제안했으나, 한국은 당초 합의대로 2026년까지 완납을 요구하며 압박했다.
인도네시아는 ‘투자 효율화’를 앞세우면서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참여하지 않은 프로그램에도 지불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앞세웠다. 결국 2026년까지 6000억원을 내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모양새다. 분담금 1조원이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같은 공백은 국민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 방위사업청은 KF-21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통해 개발비가 7조6000억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절감 부분을 활용하면 추가 예산소요는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정부의 책임 문제를 지적한다. 인도네시아가 재정 문제를 들어 KF-21 분담금 관련 조건의 변경을 원하거나 연체를 한 것은 수년 전부터 지속됐던 문제였다.
하지만 정부는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임 정부에서 제기됐던 현물 상환은 원자재 가격 및 환율 변동 위험이 있어서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비용 대비 효과를 따지기 시작했고, 분담금을 적게 내고 기술을 적게 받는 방식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달 말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의결할 방침이지만, 앞으로도 문제가 불거질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도네시아의 차세대 전투기(IFX) 때문이다.
문제는 IFX다. 분담금을 조정하면서까지 공동개발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도 수출과 더불어 500여 협력업체의 활성화, 양산 단가 감소 등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방위사업청은 인도네시아 IFX 양산계획이 있다는 입장이다. 분담금 조정 규모 등을 통해서 볼 때, IFX가 실제로 만들어지면 한국이 공급한 부품과 장비 등을 들여와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면허 생산 중에서도 비용이 적게 들지만, 산업파급효과 등도 적은 편이다.
자국산 부품과 장비 비중을 높이려면 원제작사에 지불할 비용이 그만큼 늘어난다. 일본이 처음 F-35A를 도입했을 때, 대당 단가가 비쌌던 것도 면허생산 방식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담금 조정 관련 인도네시아 측의 반응을 보면, 인도네시아는 정부 재정을 초과하면서까지 비용을 지출하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IFX가 사실상의 단순 조립 방식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대당 가격 문제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 당국은 KF-21 초도양산과 관련, 대당 가격을 890억~950억원 수준으로 낮추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관급 장비 등은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 떄문에 국내 1·2·3차 협력업체 공수(일정 작업에 필요한 인원수를 노동 시간 또는 노동일로 나타낸 수치. 이를 토대로 표준 노무비 산출)를 포함한 인건비 등을 검증해서 ‘거품’을 걷어내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IFX의 정상 추진은 이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는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 공군과 더불어 인도네시아에도 후속군수지원 등을 통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IFX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으면, KF-21 대당 가격 인하를 위한 정부와 군 차원의 노력이 퇴색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분담금 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에 관계 없이 인도네시아와의 관계를 강화, 공동개발 체제에서 완전히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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