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가계빚 규모, GDP 100% 밑으로…기업빚은?
<앵커>
금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가계빚과 관련해서 그간 걱정되는 소식이 많았는데 오늘(10일)은 조금 다행인 소식 같습니다. 올해 들어서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 총생산 GDP 규모보다 좀 작아졌다고요.
<기자>
무려 14분기, 3년 반 만입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빚 규모가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GDP의 98.9%, 100%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세계 주요국 중에서 유일하게 가계빚 규모가 GDP 규모보다 큰 나라라는 부담스러운 타이틀은 일단 내려놓게 된 겁니다.
그래도 여전히 경제 규모 대비해서 가계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건 변함없습니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폭등이 시작됐던 2020년 3분기에 처음으로 GDP 대비 가계빚 규모가 100%를 넘어섰습니다.
우리 다음으로 가계빚 규모가 큰 홍콩과도 차이가 컸습니다.
2022년 1분기까지는 가계빚 규모 계속 커지면서 GDP 대비 105.5%까지 불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가 급격히 오르기 시작하면서 이른바 영끌족들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가계의 이자부담이 급격히 커졌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이자 비용은 1인 가구까지 포함해서 한 달 평균 평균이 13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1년 사이에 무려 31.7%나 더 늘어난 거였습니다. 역대 최대폭의 증가였습니다.
물가도 함께 올랐으니 소득이 좀 늘어난다고 해도 이자 내고 나면 쓸 돈이 빠듯해진 집들이 많았습니다.
가계가 옷도 덜 사고, 외식도 덜 하고, 휴가에도 돈을 덜 쓰는 모습을 보여온 최근까지의 우리 소비 부진 모두 이렇게 막대해졌던 가계빚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게 살림살이가 빠듯해지고, 부동산 시장까지 냉각되면서 사람들이 2년 연속 빚을 줄여왔고요.
3년 반 만에 가계빚이 GDP보다는 줄어들게 됐습니다.
<앵커>
빚이 줄어드는 추세라니 다행인데요. 그래도 세계 1위라니까 갈 길은 한참 멀어 보입니다.
<기자>
그렇죠. 한국은행이 지난해에 지난 60년간 전 세계 39개 나라들의 자료를 분석해 본 적이 있는데요.
가계빚이 GDP 규모의 80%를 넘어가기 시작하는 나라는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대로의 가계빚 규모는 금융 시스템의 안정이나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 유럽 같은 선진국들의 GDP 대비 가계빚 규모는 50~70%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계빚도 사람들이 빚 갚느라 돈을 잘 쓰지 못하고 그래서 경제가 원활하게 돌지 않는 지금 같은 모습을 탈피하려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GDP의 80% 수준까지는 내려가는 게 건강하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가계빚 규모가 막대한 것 치고는 연체율도 매우 낮은 편이긴 한데요.
고금리 상황이 되면서 야금야금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기준으로 한 달 만에 0.04% 포인트 오른 0.42%까지 올랐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주택 담보가 있는 게 아닌, 신용대출 같은 대출들의 연체율은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인 0.84%까지 치솟아 있습니다.
급한 돈을 소액으로 빌리는 저소득 차주가 많은 카드사 대출의 경우에도 연체율이 이제는 1% 초중반대까지로도 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빚도 우려되는 게 있죠. 기업들의 빚 이것도 지금 너무 많아진 게 아닌가요.
<기자>
우리나라의 기업빚 규모는 GDP의 123%에 달합니다.
한국보다 많은 곳은 기업이 1위인 홍콩, 그리고 가계빚 규모는 그렇게 부담스러운 편이 아닌 중국과 싱가포르가 있습니다.
가계에도 그런 면이 있지만, 기업빚이 많다는 것은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될 수 있기 때문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기업빚은 역시 부담스러운 규모고요.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빚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한계기업들의 부채도 적잖게 껴 있는 걸로 분석됩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의 연체율이 뚜렷하게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업부채 문제도 우리가 계속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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