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노디스크·릴리, 美 IT공룡과 시너지 확대…'비만신약 효과 어디까지'
'위고비·젭바운드' 확장성 탄력 기대…일상 관리 요구되는 비만·당뇨 특성 일조
비만신약을 앞세워 최상위권 제약사로 나란히 도약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가 글로벌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과 각각 협업을 강화한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혁신 비만신약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노보노디스크-MS, 일라이릴리-구글'의 협업 관계가 한 단계 진전을 보인 가운데 위고비·젭바운드 인기에 따른 협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협업이 위고비·젭바운드 영향력 확대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두 품목 인기가 시너지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적응증 확대에 따른 시너지 강화를 예고 중이다. 위고비는 지난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심혈관 질환 예방 치료제 승인을 획득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 초기 프로젝트에 죽상 동맥경화증 발생 위험성 예측 모델 개발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죽상 동맥경화증은 혈관 내막에 콜레스테롤 등 지방성 물질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심근경색의 직접적 원인으로 꼽힌다. 위고비가 비만에 이어 양사 핵심 타깃인 심혈관 치료 영역까지 적응증을 확대하면서 협업 역시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유럽 최대 벤처캐피탈(VC)인 쿠르마파트너스 피터 노벡 대표는 "세상을 변화시킨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적응증 확대 등에 여전히 급격한 성장을 예고하며 다른 업종에서 적극적으로 눈을 돌리는 요인으로 작용 중"이라며 "실제로 앞서 협업 관계를 구축한 마이크로소프트와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협업 범위를 넓히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일라이릴리는 구글 딥마인드와 스핀오프 기업 아이소모픽랩스가 함께 개발한 인공지능(AI) 도구의 최신 모델 '알파폴드3' 출시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지난 7일 공식 출시된 알파폴드3는 생명체 분자 구조 분석 및 상호작용을 예측해 신약 개발 속도를 단축시키는 모델의 세번째 버전이다.
일라이릴리는 아이소모픽랩스와 1월 최대 17억달러(약 2조3300억원) 규모의 연구 협력 계약을 체결했는데, 집중 발굴 분야는 저분자 치료제다. 타깃 질환은 미공개지만,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동제약 등 다수 기업들이 GLP-1 수용체 대상 저분자 화합물 신약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비만·당뇨치료제 영역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릴리 전략과 시장성을 감안하면 양사 협업 역시 해당 분야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비만치료제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시장성과 시너지다. GLP-1 계열 3세대 비만신약인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최근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 최대 화두다. 기존 비만치료제를 크게 상화하는 감량 효과에 품귀현상을 겪고 있고, 사이언스지가 선정한 '2023년 10대 과학 혁신'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화려한 수식어는 실적으로 연결됐다. 지난해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전년 대비 각각 36%, 20% 증가한 매출을 기록한 뒤, 올 1분기 역시 나란히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여기에 위고비가 승인을 획득한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 대사성질환, 뇌질환, 수면장애 등 다양한 연관 질환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존재해 성장 기대감이 여전하다. 골드만삭스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지난해 약 8조2500억원에서 2030년 137조4500억원까지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비만·당뇨를 비롯한 위고비·젭바운드의 타깃 질환은 주기적으로 혈당이나 체중 등을 측정해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앱 등을 통한 일상관리 수요가 커 디지털헬스케어 접목이 용이한 분야"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IT 인프라를 활용해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에 힘을 실어온 만큼, 궁합이 잘 맞는 GLP-1 치료제 개발사와의 협업 확대는 당연한 수순인 동시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외 작은 스타트업에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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