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꿈을 꾸고, 때론 인간보다 우월하다[북리뷰]

신재우 기자 2024. 5. 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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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동물의 꿈을 볼수 있다면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 지음│김지원 옮김│위즈덤하우스
■니체가 일각돌고래라면
저스틴 그레그 지음│김아림 옮김│타인의 사유
꿈에서 사냥하는 개 관찰해보면
코로 냄새맡고 으르렁거리기도
잠자면서 노래 연습하는 금화조
한낮 신경세포와 똑같이 활성화
공동육아·은신 등 일부동물 행위
인간보다 우월한 측면 보이기도
차별·혐오·감시·처벌 등 야기한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의문 제기
게티이미지뱅크

니체는 말했다. “동물은 과거와 미래의 울타리 사이에 있는 행복한 맹목 속에서 노닌다”고. 또, 칸트는 말했다. “동물은 사유하지 못하므로 이성적일 수 없다.” 프리드리히 니체와 이마누엘 칸트라는 두 위대한 철학자는 동물을 사유하지 못한 채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여긴 듯하다. 이들이 현재까지 살아 있다면 분명 깜짝 놀랄 만한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발전한 과학적 연구와 철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이 책들은 그들에게 ‘우월함’과 ‘도덕적 지위’에 대해 질문을 건넨다.

꿈틀.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과학사와 동물권을 가르치는 데이비드 M. 페냐구즈만의 책은 곤히 잠든 개의 작은 움직임에서 출발한다. 개를 키우는 반려인이라면 너무나 자연스러울 이 순간은 칸트의 주장을 부정하고 동물이 사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잠든 동물의 행동을 바탕으로 꿈을 꾸는 능력을 설명한 초창기 연구자는 스코틀랜드의 내과 의사 윌리엄 로더 린지였다. 그는 1879년 개들이 잠들었을 때 보이는 반응으로 이들이 꿈을 꾼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새 사냥개의 한 종인 해리어 같은 경우 잠을 자는 동안 꼬리와 발을 움직이고 냄새를 맡고 으르렁거리기까지 한다. 이는 해리어가 실제 새 사냥을 할 때 보이는 행동 양상과 무의식적이고 반사적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동일하다. 이들은 잠을 자는 동안 가상의 공간에서 사냥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외에도 동물의 꿈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은 또 있다. 2000년에는 호주에 자생하는 금화조가 자는 동안 머릿속에서 노래를 반복하는 신경 활성화 패턴을 발견했다. 금화조의 뇌는 한낮에 세상에 다 들리게 노래할 때와 잠을 자면서 높은 신경 활동기에 들어갈 때 정확히 동일한 순서로 신경세포가 활성화된다.

저자는 동물이 꿈을 꾼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들을 도덕적 존재로 인정하자는 주장을 펼친다. 그간 동물권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꿈을 중심으로 “의식은 어떤 생물이 도덕적 지위를 갖고 어떤 생물이 갖지 않았는지 결정해주는 부분”이라는 기준으로 하는 접근은 설득력과 별개로 그 자체로 흥미롭다. 꿈을 꾸면서 자신이 전날 놓친 사냥감을 잡아보고 낮에 다 부르지 못한 노래를 연습하는 해리어와 금화조는 사유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296쪽, 1만9800원.

생물학 교수이자 과학 저술가인 저스틴 그레그는 ‘우월함’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니체의 주장을 일일이 반박하려는 듯 그레그는 책의 매 장을 니체의 말로 시작한다. 이는 니체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우월함’을 가진 이유에 대해 설명한 문장들이다. 동물 행동 전문가답게 그는 우리가 간과했던 동물의 우월한 행동들에 대해 짚어낸다. 이를테면 검은등앨버트로스와 보노보는 동성 커플끼리 짝을 이루고 공동 양육을 통해 집단을 유지한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빈대는 우리의 수면 패턴에 맞춰 생활하고 우리가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납작한 몸을 가졌다. 또, 살충제를 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존재 자체가 눈에 띄지 않도록 은신한다.

다만 책은 단순히 인간보다 우월한 동물들의 사례를 나열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분명 소, 닭, 고래들보다 높은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는 캐나다 원주민과 나치 치하의 유대인에게는 차별과 혐오, 감시와 처벌을 정당화한 수단으로 작용했고 수많은 어리석은 전쟁으로 이어졌다. 행복과 쾌락으로 이어지지 못한 우리의 능력은 진정한 우월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352쪽, 2만2000원.

두 책은 모두 다채로운 동물 연구와 사례를 바탕으로 지금은 사라진 철학자에게 말을 건네는 듯하다. 동물이 꿈을 꾸고 훌륭한 공동체를 유지하고, 어쩌면 인간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말이다. 실은 이 이야기는 우리를 향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가 더는 진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두 저자의 주장은 갈등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도 있다. 과연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을까.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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