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급등하며 6500선 회복…줄어드는 ELS 만기 손실에 가입자들 ‘희비’[머니뭐니]
지난 2월 5200 찍고 반등
중국판 밸류업 영향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최근 중국 정부가 각종 경기 부양책을 시행하며 홍콩 중국항셍기업지수(H지수)가 급반등하고 있다. H지수 편입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시기에 따라 손실율이 천차만별로 나타나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손실 배상을 위해 수천억원씩 충당부채를 적립한 은행들도 환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10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H지수는 전날 오후 5시 기준 6564.10을 기록했다. 전일 대비 107포인트(1.66%) 이상 증가한 수치다. H지수는 지난 2월 5일 5217를 기록하고 그 다음날 5473으로 훌쩍 뛰더니 이내 6000대를 진입하는 등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의 기업·경기부양 정책이 효과를 보면서다.
H지수가 급등하자 ELS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H지수가 낮았던 1~2월 만기가 돌아온 이들의 손실율은 ‘-50%’대에 달하는 반면, 5월 만기자들의 손실율은 ‘-20~30%’로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H지수가 상대적 고점인 현재, 중도해지(상환)를 고려하는 이들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H지수 ELS 가입자들은 상품을 중도해지하더라도 자율배상을 받을 수 있다. 중도해지 시 손실액이 손실 기준이 되며, 중도해지에 대한 배상비율 차감도 없다. 단 중도해지 전 상품 만기 일정에 맞춰 배상이 이뤄진다.
하지만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은행의 배상 진도가 극초반에 불과하고, 또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니 은행의 자율배상을 받지 말고 유보하자는 것이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월 26일 기준, 은행별 배상완료 투자자 인원 수는 국민은행 8명, 신한은행 6명, 하나은행 13명 등에 불과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아직 H지수 ELT 투자자에 대한 배상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한편 은행들은 손실 배상 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H지수가 지난 2021년 3월 1만2000수준까지 치솟았던걸 고려하면 현재 수치는 여전히 낮지만, 단시간에 6500선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각 은행들은 3월 말의 H지수(5800)를 기준으로 손실배상을 위한 충당부채를 적립했다. 판매량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8620억원, 농협은행 3416억원, 신한은행 2740억원, 하나은행 1799억원을 H지수 ELS(ELT) 손실 보전을 위한 충당금으로 쌓았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H지수가 많이 올라오면서 은행들이 쌓은 충당금이 환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부동산PF 지원, 연체율 상승 등으로 어려워진 자본비율 관리에 불행 중 다행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특히 H지수 ELS 판매 금액이 큰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이 H지수 반등으로 충당금이 줄어드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배상 사례가 나온 은행들도 시작만하고 정체중인 상황”이라며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면 모든 은행의 배상에도 속도가 붙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본시장의 위험을 예방하고 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겠다며 경제부양 방안 ‘국9조’를 발표했다. 먼저 상장기업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발행 및 상장 접근의 엄격한 통제와 감독’, ‘상장폐지 감독 강화’, ‘증권 및 펀드 기관 그리고 거래의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중국판 ‘밸류업 정책’도 담겼다. 상장사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다년간 현금배당을 하지 않았거나 규모가 작은 기업은 관리종목 지정 등 페널티를 부여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고 나섰다. 상장폐지 과정에서도 투자자 보상 및 구제 시스템을 개선하고, 불법 상장폐지에 책임이 있는 지배주주, 실제 지배인, 이사 및 임원은 법에 따라 투자자에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정책에 더해 중국 정부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도 추가 정책지원이 전망되자, H지수는 더 큰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신화통신은 8일(현지시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들이 전날 월례회의에서 “기존 주택 재고를 줄이고 신규 주택 공급을 최적화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중국 당국이 추가 조치를 마련할 거라는 암시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의 반등 배경은 정부의 정책 대응 재개, 수출·생산 등 일부 실물 지표 개선, 낙폭과대 기대에 따라 증시로 유동성 유입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2분기 홍콩 증시의 핵심 변수는 정부 부양책과 부채 위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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