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노력의 시대’는 끝… 기술과 공존하는 성장 온다[북리뷰]

김인구 기자 2024. 5. 10. 0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SNS 계정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터.

적극적으로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SNS 속 자아는 매우 이상적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강력한 기술 도구들은 자기 계발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현대 기술철학 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저자는 기술을 배척하지 않고 자기 계발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아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변해야 하며, 여기에 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알고리즘에 갇힌 자기 계발
마크 코켈버그 지음│연아람 옮김│민음사

SNS 계정 하나쯤 없는 사람은 없을 터. 적극적으로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의 SNS 속 자아는 매우 이상적으로 보인다. 첨단이지만 부쩍 간편해진 기술 덕택에 자신의 것을 공유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자기 성찰과 계발에도 무척 열정적이다. 유사 이래 이렇게 많은 인문주의 작가와 그를 따르는 팔로어들이 있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능력을 계발하고 인격을 수양하는 것은 늘 바람직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자기 계발에 대한 노력이 완벽주의, 나르시시즘과 결합하면서 이는 어느새 ‘죽도록 해야 하는’ 고된 시련이 되고 말았다. 자기 계발은 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절대명령이자 의무가 됐다.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자기 계발 문화를 외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늘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해야 할 것 같다. 직장에서만 번아웃이 오는 게 아니라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번아웃을 피하기 위한 자기 계발 활동에서 또 한 번 번아웃을 경험하게 된다.

이쯤 되면 이것은 자기 계발인가, 착취인가. 오늘날 현대인의 자아는 감시 아래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정량화’된다. 우리는 온라인 쇼핑을 하거나 비행기 탑승 절차를 밟을 때 자신의 활동을 기록하는 장치를 이용하고, 알고리즘에 의해 검색되고 분류된다. 그러면서 자신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 대신 집합적 데이터와 디지털 파일의 숫자로 만든다.

그렇다면 정녕 자기 계발은 쓸데없는 몸부림이 된 것일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강력한 기술 도구들은 자기 계발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과거의 자기 계발이 ‘완전한’ 인간상에 도달하기 위한 자기 수양이었다면, 최근의 기술 발달은 인간의 모습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므로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먼저 자기 인식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고 타인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진정으로 발전하고 싶다면 자기 계발 행동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성장을 시작해야 한다. 경쟁과 강박에서 벗어나 기술과 공존하는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책은 유해한 자기 계발 문화를 형성한 근원을 진단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 철학부터 인문주의와 실존주의에 이르기까지 자기 수양 문화의 뿌리가 되는 사상들을 탐구한다. 현대 기술철학 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로 꼽히는 저자는 기술을 배척하지 않고 자기 계발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자아와 사회에 대한 이해가 변해야 하며, 여기에 기술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쪽, 1만5000원.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