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구름’의 고장에서 펴낸 200번의 마을 소식지 [사람IN]

진안·김연희 기자 2024. 5. 10.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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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이 마을을 둘러싼 산들의 머리에 닿을 듯이 떠 있었다.

올해 4월 200호를 맞이한 마을 소식지 〈백운〉이다.

지역의 기성 언론들도 자생력을 잃어가는 시대에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 소식지가 17년째 발행을 이어가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마을 소식지로서 대기록을 세웠지만 '꾸준한' 백운은 매달 그랬듯 다음 호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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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월간 〈백운〉은 편집위원 10명과 주민기자들이 함께 만드는 마을 소식지다. 김유애 편집간사, 최영윤 편집위원장, 서춘석 편집위원이 ‘축 백운 이백호’라는 한문이 적힌 붓글씨와 〈백운〉을 들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흰 구름이 마을을 둘러싼 산들의 머리에 닿을 듯이 떠 있었다. 지명이 단박에 이해되었다. 전북 진안군 백운(白雲)면. 218.6㎞를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이 백운면 신암리의 데미샘에서 출발한다. ‘호남의 지붕’이라 불리는 진안고원의 일부로 수박·사과·고추 농사를 짓는 주민이 많다.

백운면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올해 4월 200호를 맞이한 마을 소식지 〈백운〉이다. 2007년 7월 창간해 달마다 주민들을 찾아간다. 지역의 기성 언론들도 자생력을 잃어가는 시대에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마을 소식지가 17년째 발행을 이어가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글과 한자가 병기된 표지 제호 ‘백운’은 주천마을 이택영 어르신이 직접 쓴 붓글씨다. 200호 1면에는 이택영 어르신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祝白雲二百號(축 백운 이백호)’를 서예로 써 내려가는 사진이 실렸다. 매월 발행부수 500부 가운데 180부가량은 외지로 나간 출향민과 학계의 향토 연구자들에게 배송된다.

전북 진안군 백운면 마을 소식지 <백운>이 200호를 펴냈다. ⓒ시사IN 조남진
월간 <백운> 1호(가운데)와 초기 발행호를 묶은 책. ⓒ시사IN 조남진

백운면에서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유한킴벌리 생명의숲의 지원을 받아 ‘마을조사단’이 활동을 했다. 탐사를 위해 백운면에 온 청년들과 주민들은 지역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마을의 역사와 전설, 문화를 조사하고 기록했다. 이곳 토박이로 마을조사단에 조력하고, 현재는 〈백운〉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영윤씨(58)는 “주민들이 마을과 백운의 가치에 눈을 뜨는 계기”였다고 회상했다.

월간 〈백운〉은, 조사 사업으로 발굴한 내용을 주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시작됐다. 마을조사단 활동이 끝난 뒤에는 주민들이 제작을 이어받았다. 2009년 옛 보건소 건물을 고쳐서 만든 ‘흰구름 작은도서관’이 〈백운〉의 편집국 구실을 한다. 제작에 참여하는 편집위원 10명과 주민기자 모두 본업이 따로 있다.

농부인 최영윤 편집위원장은 모판에 ‘씻나락(볍씨)’을 심다가 인터뷰를 하러 온 길이었다. ‘백운 박물관 이야기’ 등 여러 지면을 담당하는 서춘석씨(65)는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다 지난해 고향 백운면에 돌아왔다. ‘백운 박물관 이야기’에는 살림 도구, 부엌 도구, 길쌈 도구처럼 주민들의 손때가 묻은 물품과 거기에 얽힌 사연이 실린다. 제작 전반 실무를 도맡은 김유애 편집간사(57)는 흰구름 작은도서관의 사서이기도 하다. 어르신들이 수기로 써 보낸 기고문을 직접 타이핑해 싣는 것도 그의 일이다.

흰구름 도서관 2층에 마련된 작은 박물관 ‘흰구름 이야기 창고‘. 주민들이 기증한 손때 묻은 물품들이 <백운>의 ’백운 박물관 이야기’ 지면을 통해 소개된다. ⓒ시사IN 조남진

매달 16쪽짜리 소식지를 17년째 펴내고 있다. 〈백운〉이 200호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인터뷰 자리에 모인 세 사람은 초대 편집위원장을 지낸 이남근 편집위원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공을 돌리더니 ‘꾸준함’이라는 단어에서 의견 일치를 봤다. 백운면 지도가 실린 2007년 7월 1호부터 2024년 4월 200호까지 흑백으로 제작되는 월간 〈백운〉의 디자인은 변함이 없다. 주민자치위원회를 겸해 매달 둘째, 넷째 목요일 저녁에 이루어지는 열띤 회의도 지속되고 있다. 밤 11시를 넘기기 일쑤인 편집회의에서는 다음 호에 들어갈 내용을 결정한다.

200호 특집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백운인의 일&삶(48%)’이 가장 인기 있는 지면으로 꼽혔다. 마을 소식지로서 대기록을 세웠지만 ‘꾸준한’ 백운은 매달 그랬듯 다음 호를 준비 중이다. 어린이날이 있는 5월에 발행되는 201호의 ‘백운인’도 편집회의를 거쳐 선정을 마쳤다. 백운면에 살다가 얼마 전 전북 김제로 씨름 유학을 간 초등학생 ‘용석’군이 그 주인공이다.

백운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흰구름 작은도서관은 월간 <백운>의 편집실 구실을 한다. ⓒ시사IN 조남진

 

진안·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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