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신기하다" 역대 5번뿐인 '형제 같은날 홈런', 3살 터울 형은 '동생 잘 치네...' 속으로 감탄

부산=양정웅 기자 2024. 5. 10.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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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부산=양정웅 기자]
롯데 이주찬이 9일 사직 한화전 종료 후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롯데 이주찬(왼쪽)-키움 이주형. /사진=OSEN
KBO 리그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형제 같은 날 동반 홈런'이 나왔다. 심지어 형은 프로 데뷔 첫 홈런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이주찬(26)과 키움 히어로즈 이주형(23)은 3살 차이의 형제지간이다. 두 선수는 송수초-센텀중-경남고를 나란히 나왔고, 동생인 이주형이 2020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고, 형 이주형은 동의대 진학 후 2021년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LG 시절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은 이주형은 지난해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으로 이적했다. 지난해 69경기에서 타율 0.326, 6홈런을 기록하며 '포스트 이정후'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 2월 대만 스프링캠프 막판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지난달 2일(대구 삼성전)에야 복귀했음에도 7경기 타율 0.483(29타수 1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27일 동안 1군에서 제외됐던 이주형은 9일 복귀했다.

형 이주찬은 2021년 1군 3경기에 나온 후 육군으로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지난해 5월 전역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으로 해외 스프링캠프 명단에 올랐고, 개막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몇 차례 눈에 띄는 장면을 보여준 그는 한 차례 2군에 갔다가 지난 2일 1군에 콜업됐다.

키움 이주형이 9일 고척 두산전에서 2회말 첫 타석에서 최원준의 초구를 공략, 우월 솔로포를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형제 홈런쇼'의 시작은 동생 이주형이 끊었다. 그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출전, 2회 말 선두타자로 나서 최원준을 상대 비거리 115m 솔로포를 터트렸다. 특히 팀이 0-2로 뒤지던 상황에 나왔기에 의미가 깊었다.

형도 질 수 없었다. 이날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서 이주찬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6번-3루수로 나선 한동희가 4회 2루타를 치고 뛰어가던 도중 허벅지 쪽에 통증을 느끼고 말았다. 결국 한동희는 벤치로 돌아갔고, 이주찬이 대주자로 나왔다.

3루수 수비를 소화한 이주찬은 6회 말, 팀이 8-5로 앞서던 1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등장했다. 한화 투수 장민재를 상대한 그는 2구째 몸쪽 포크볼을 공략,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이 홈런은 이주찬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군에서는 13경기 24타석에서 홈런을 터트리지 못했다. 입단 3년 만에 드디어 마수걸이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또한 형제가 같은 날 홈런을 기록한 것은 KBO 리그 역사상 5번째 일이다.

롯데 이주찬이 9일 사직 한화전에서 6회 말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경기 후 스타뉴스와 만난 이주찬은 "코치님이 경기 전 '변화구를 노려보라'고 하셨다. 초구 커브에는 타이밍이 안 맞아서 안 나갔고, 두 번째에 똑같이 떠서 쳤던 게 가운데로 와서 크게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자마자 홈런인 줄 알았다. 밖으로 좋은 티는 못 내지만 속으로는 너무 좋았다"고 고백하며 "1군에서 홈런 치는 게 꿈이었는데 너무 좋아서 말로 표현이 안된다"고 흥분했다.

이주찬이 홈런을 친 후 동료들은 일부러 그가 없는 듯 행동하는, 이른바 '무관심 세리머니'로 홈런을 축하했다. 이주찬도 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는 "TV에서 보던 것처럼 축하받아서 너무 좋았다"면서도 "다음 타석이 있으니 좀 진정시키고 다음 타석을 준비했다"고 이야기했다.

동생과 동반 홈런이라는 건 언제 알았을까. 이주찬은 "홈런 치고 들어왔는데 코치님이 '네 동생도 홈런 쳤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속으로) '진짜 잘 치네'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진짜 신기하다. 시즌 초반 동생이 잘했을 때 나도 끝내기(4월 7일 사직 두산전)를 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롯데 이주찬이 9일 사직 한화전에서 6회 말 솔로홈런을 터트리고 더그아웃에서 '무관심 세리머니'를 즐기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는 현재 내야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손호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4주 정도 이탈할 예정이고, 베테랑 정훈도 엉덩이 건염으로 인해 당분간 대타로만 나온다. 여기에 한동희의 상태도 지켜봐야 한다. 이렇듯 내야진에 부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주찬도 기회를 잡았다.

이주찬은 "선후배 동료들이 다친 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선수들이 빠지면서 기회가 왔기 때문에 잡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계속 내보내주시는데, 흔히 오는 기회가 아니니까 잡으려고 발버둥쳐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부산=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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