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집권 2년 ‘코스피 역주행’ 3연타서 벗어났다? [투자360]
外人, 尹정부 2년간 코스피 42조 순매수 ‘역대 최대’
향후 韓 증시에 경상수지 개선 ‘호재’·금리 인하 기대 후퇴 및 지정학적 불안 ‘악재’
“밸류업 추진 동력에 대한 시장 우려 지울 수 있어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정부에서 이어지던 ‘징크스’가 윤석열 정부 들어 깨졌다. 최근 3개 전 정부에서 집권 초 2년간 역주행했던 코스피 지수가 윤석열 정부 들어선 ‘플러스’ 수익률로 전환하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 기대감과 인공지능(AI) 랠리 등으로 속속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미국·일본 증시발(發) 훈풍에, 쏟아져나온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각종 정책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다만,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집권했던 8개 행정부 가운데 5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아쉬운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부 주도 주가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지워내는 것이 향후 과제란 지적도 나온다.
9일 헤럴드경제는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과 코스콤 체크를 활용해 지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집권한 8개 정부의 초반 2년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에 대해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초반 2년간(지난 8일 종가 기준) 코스피 지수는 5.7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이명박(-1.18%), 박근혜(-0.95%), 문재인(-7.14%) 전 정부 등 최근 3개 행정부 초반 2년간 계속됐던 코스피 ‘마이너스’ 수익률 행진을 끊어냈다.
다만, 8개 행정부 전체로 봤을 때 윤석열 정부 초반 2년의 코스피 수익률은 하위권인 5위에 그쳤다. 1위는 68.33%나 상승한 노무현 정부가 차지했고, 그 뒤를 김대중(67.47%) 정부, 김영삼(36.195) 정부, 노태우(33.97%) 정부 순서로 뒤따랐다.
집권 2년차만 따로 떼놓고 봤을 때 윤석열 정부 기간 코스피 지수는 9.96% 상승했다. 1위 김대중(73.25%) 정부, 2위 이명박(48.77%) 정부, 3위 노무현(15.01%) 정부 다음 순위다.
집권 1년차 시기 코스피 지수의 '역주행'을 딛고 큰 폭으로 반등에 성공한 정부 중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간 것도 눈에 띄는 지점이다.
집권 1년차 대비 2년차 코스피 등락률 상위 1,2위 자리는 각각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사태발(發) ‘2008~2009년 글로벌금융위기’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란 초대형 경제 위기를 딛고 빠르게 경제 회복에 성공한 이명박(-33.57%→48.77%, 82.34%포인트), 김대중(-3.34%→73.25%, 76.59%포인트) 정부의 몫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13.81%포인트(-3.85%→9.96%)로 세 번째 자리에 위치했다.
한편, 집권 초반 2년간 매해 ‘플러스’ 등락률을 기록했던 행정부는 노무현 정부(1년차 46.37%, 2년차 15.01%)가 유일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코스피 지수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으론 역대 정부 통틀어 최대 규모를 기록한 외국인 순매수세가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는 윤석열 정부 2년간 코스피 시장에서 41조8193억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주가가 70% 가까이 올랐던 노무현 정부 초반 2년간 기록했던 코스피 순매수액 26조2658억원보다도 1.6배 많은 수준이며, 수치 집계가 가능한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행정부 시기 집권 초 2년간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액의 총합(31조165억원)보다도 1.3배나 크다.
지난 2년간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세는 반도체·자동차 등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대형주에 쏠렸다. 이 시기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식을 각각 21조2035억원, 4조243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현대차, 기아 주식에 대해서도 각각 5조6326억원, 1조9866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들 4개 종목의 주가는 윤석열 정부 들어 각각 23%, 65.58%, 33.33%, 40.44% 올랐다.
지난 2년간 급등세를 보였던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 증시 대표 지수들도 투심을 자극한 요소로 꼽힌다. 미 증시 대표 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일 증시 대표 지수 중 하나인 닛케이225지수는 각각 지난 2년간 29.66%, 45.98% 올랐다. 이 기간 S&P500(3월 28일, 5264.90)과 닛케이225(3월 22일, 4만1087.75)는 각각 장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종류의 주가 부양책을 쏟아냈고, 글로벌 증시의 ‘사상 최고가’ 랠리가 연이어 펼쳐졌던 점을 고려한다면 윤석열 정부 기간 보여졌던 코스피 지수 상승폭은 아쉬운 수준”이라며 “예상보다 더 길게 이어졌던 반도체 경기 침체와 경상수지 악화 등이 발목을 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선 경상수지 개선에 따른 국내 증시 펀더멘털(기초 체력) 개선과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중심 대형주의 ‘실적 랠리’와 같은 호재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위축, 중동·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등 매크로(거시 경제) 측면의 악재가 국내 증시에 중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남은 윤석열 정부 내 국내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 중인 밸류업 정책이 구상 단계를 넘어 실체를 드러내는 단계에 도달한 만큼 주가 부양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을 끌고 있다”면서도 “총선에서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이 펼쳐진 만큼 정부가 구상 중인 세제 지원 방안 등 밸류업 핵심 사안이 ‘부자 감세’란 야당의 비판을 이겨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정부의 주가 부양책이 더 이상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란 시장의 눈초리를 이겨내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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