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밈'으로 유혹… CJ ENM, 30대 집중공략 나선 이유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올해 1월부터 5월 1일까지 20~49세 수도권 기준 프라임타임 시청률 1위에 오르며 젊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눈물의 여왕은 TV뿐 아니라 OTT 티빙에서도 인기다. 눈물의 여왕은 올해 4월까지 티빙 신규 가입에 기여한 프로그램 3위다. 1위도 tvN 드라마다. CJ ENM은 이를 2030세대 공략의 성과라고 설명한다. CJ ENM의 2030 공략 이유를 살펴봤다.
CJ ENM, tvN-티빙 콘텐츠 전략 통합 수립
9일 CJ ENM에 따르면 tvN과 티빙 통합 드라마 GLC(Green Light Committee)를 운영해 콘텐츠 편성 및 배포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GLC는 대본을 통해 작품별 주요 시청 타깃을 예측하고 주 타깃에 걸맞은 콘텐츠 플랫폼을 선정한다. GLC는 또 2030이 좋아할 만한 부분을 공략하기 위해 부가 콘텐츠를 만들거나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
CJ ENM이 GLC를 운영하면서 2030세대를 집중공략하는 이유는 TV를 통해 시청하는 tvN과 OTT의 동반성장을 위해서다. 이는 TV 방송광고의 타깃이 보통 2049(20~49세) 시청자인 점과 연결된다.
OTT를 주로 이용하는 것도 2030세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결과 20대의 OTT 이용률은 97.8%, 10대는 97.6%로 가장 OTT 이용률이 높았다. 30대 OTT 이용률은 95%다. OTT 이용률이 90%가 넘는 건 1030뿐이다. TV 광고 타깃과 주력 OTT 이용자의 교집합이 2030 세대다.
박상혁 CJ ENM 채널사업부장은 “여러 TV 채널이 2049 시청자를 타깃으로 운영한다”며 “2049 시청자가 가진 화제성, 파급력, 구매력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왜 30대인가
앞서 CJ ENM은 8일 tvN 간담회를 통해 2049 시청자 중에서도 30대를 집중공략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실제 드라마 시청률 변화 추이에 30대 시청자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OTT를 많이 이용하는 1030세대 중 구매력이 가장 좋은 건 30대다. 30대는 TV 이용률도 20대 29.8%보다 2배쯤 많은 55.2%다. OTT 이용률이 90%가 넘는 세대 중 TV 이용률도 50%가 넘는 건 30대뿐이다. TV 시청률과 OTT 이용률을 함께 올리려면 30대를 공략해야만 하는 셈이다.
박상혁 채널사업부장은 “세대별 OTT 이용 빈도 조사 결과 30대는 주 6일 이상 OTT를 이용하는 비중이 전체 39%다”라며 “눈물의 여왕도 2049 시청률과 30대 중 특히 30대 여성 시청률을 비교했을 때 6주차부터 2배 이상 증가한 30대 여성 시청률이 전체 시청률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실제 티빙 신규 가입자 증가로 확인됐다. CJ ENM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티빙 신규 가입에 기여한 콘텐츠 상위 15개 작품 중 6개가 tvN 콘텐츠다. tvN 드라마는 각각 1위 ‘내 남편과 결혼해줘’, 3위 ‘눈물의 여왕’, 7위 ‘선재 업고 튀어’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tvN 드라마의 티빙 가입 기여도가 높다.
홍기성 CJ ENM 미디어사업본부 본부장은 “tvN은 젊은 채널, 2030 시청률이 높은 채널 브랜드를 지향한다”며 “이번에 특히 2030 시청률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2030 공략법은 ‘밈 만들기’
CJ ENM은 다양한 콘텐츠 마케팅 전략을 세워 2030세대를 공략한다고 밝혔다. 이런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밈 만들기’다. 밈(meme)은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용어나 이미지, 영상 등을 말한다. 이 밈 만들기는 CJ ENM이 직접 여러 시청자가 드라마를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구자영 CJ ENM 마케팅 담당은 “tvN 콘텐츠의 유튜브 조회수 점유율은 다른 방송사보다 높다”며 “최근 종영한 눈물의 여왕은 국내 방송사 최초로 단일 IP로 유튜브 총 조회수 11억회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CJ ENM이 만드는 콘텐츠(PGC)와 시청자가 재생산한 콘텐츠(UGC)가 더해진 결과다”라며 “눈물의 여왕 관련 유튜브 콘텐츠 중 UGC 비율은 44%,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50%쯤으로 UGC 비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밈 만들기는 시청자(이용자)가 콘텐츠를 재생산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2차 창작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셈이다. 2차 창작물이 늘어나면 공식 콘텐츠 외에도 수많은 연관 콘텐츠가 유튜브 등 플랫폼 이용자의 알고리즘을 공략할 수 있다. 이는 K팝 등 콘텐츠 산업이 팬덤을 형성하고 확대하는 원리와 같은 것으로 분석된다.
구자영 담당은 “유튜브는 스토리나 요약본 위주, 틱톡은 챌린지 위주, 인스타그램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 등으로 구성하는 등 PGC를 플랫폼별 이용자 특성과 취향에 맞게 재가공하고 있다”며 “공식 SNS도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시청자와 소통하는 창구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SNS 소통 사례로는 눈물의 여왕 시청률이 ‘사랑의 불시착’을 넘기면 주연배우 5명이 큰절을 하겠다는 공약을 챌린지 형태로 변환한 것이 꼽힌다. 실제 눈물의 여왕은 최종회가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 시청률 24.8%를 기록하면서 사랑의 불시착 최종회 21.6%를 돌파했다.
실제 CJ ENM은 시청자 반응을 집계한 결과 명절도 아닌데 무슨 큰절이냐는 반응이 많아 김수현·김지원 배우의 챌린지를 올렸다. 방송사와 주연배우뿐 아니라 시청자가 직접 부가 콘텐츠를 기획하고 재생산하는 데 참여한 셈이다.
구자영 담당은 “콘텐츠를 혼자 보는 즐거움, 가족끼리 보는 즐거움을 넘어 공간을 초월해 다함께 보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려 한다”며 “매주 설레며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동안 계속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 tvN이 추구하는 방향성이다”라고 말했다.
IT조선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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