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제 후회수' 전세사기특별법 통과 가능성↑…"기준 모호·형평성 저해" 지적도

고가혜 기자 2024. 5. 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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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28일 본회의에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회부
8번째 사망 피해자 발생…"특별법 개정 방해 안돼"
정부 "법안 모호하고 예산, 재원, 조직 준비 부족"
전문가들도 "헌법상 평등권·재산권 등 침해 여지"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정태운 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05.08.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법안의 모호성과 재원 조달, 형평성 문제 등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오는 28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유력해지고 있다.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란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향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말한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국회 국토위 전체회의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왔지만 정부와 여당의 반대로 60일 넘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야당은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을 넘기는 점을 활용해 지난 2월 해당 법안을 본회의에 단독 회부했다.

피해자들은 추가적인 전세사기 피해자 양산을 막으려면 선구제 후회수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세사기·깡통전세피해자전국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일 대구에서 세상을 떠난 여덟 번째 전세사기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특별법 개정을 방해해 온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2024.04.30. scchoo@newsis.com


그러나 정부 및 여당은 아직 법리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많아 법 통과 후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1개월 뒤 법을 바로 시행하기엔 예산과 재원, 조직 등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은 1만5433명이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피해자는 3만6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따라 최대 3~4조원의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현재의 개정안은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방법의 핵심인 '가치 평가' 기준을 '공정한 가치 평가'라는 추상적인 기준으로만 규정하고 있고, 최저 매입가격의 기준 역시 '임차보증금의 일정 비율'인지, '최우선변제금'인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 피해 접수처도 전국에 강서구 하나 뿐인 HUG 피해지원센터로 명시하고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이를 위한 재원을 주택도시기금으로 충당하기에는 HUG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토로도 나온다.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장은 "주택도시기금의 수입원인 청약저축의 메리트가 감소하고 있고, 국민주택채권도 지난해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위측 등으로 인해 여유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3.9조원까지 지속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같은 지역에서 크게는 30~40%씩 차이나는 낙찰가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 조세채권 등 선순위 채권과 선순위 계약을 어떻게 파악할 것인지, 주택 매입 후 얼마에 어떻게 다시 매각해 비용을 회수할지 등 미처 개정안 법안에 명시하지 못한 맹점들이 많아 실무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전문가들 역시 현재의 개정안은 사각지대가 많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윤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이견이 없지만 그 과정에서 절차나 법령이 기존 권리들과 충돌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려해야 한다"며 "신탁사기의 경우 사실상 무권리자로부터 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개정안은 피해주택에 대한 인도 소송이나 강제집행이 들어왔을 때 이를 유예·정지할 수 있도록 하다보니 실제 소유권자 등 진정한 권리 관계에 있는 이들이 헌법상 사유재산권 등을 침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사기 외에도 보이스피싱 등 다른 사기 피해자들도 많이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만 정부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헌법상 평등권이나 차별금지 원칙에 반하지는 않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gahye_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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