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이란 게 원래 가끔 발작하면서 베개 위에 내리는 것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5. 1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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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금리인하 기대를 다시 상기시키면서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하는 반등세를 연출했다. 실적시즌에 전통적인 대기업들의 보고서가 호평을 이루는 가운데 경제에서 노동시장의 열기가 적당히 식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331.37(0.85%) 오른 39,387.76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26.41포인트(0.51%) 상승한 5,214.08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43.51포인트(0.27%) 올라 지수는 16,346.26에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이날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홈디포와 캐터필러 주가가 각각 2.54%, 2.11% 상승하면서 서른개 종목의 평균을 높였다. 지난주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8개월 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고용 열기가 한풀 꺾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MRB파트너스의 글로벌 전략가인 필립 콜마는 "고용 지표가 둔화되는 것은 연방준비제도(Fed)가 비둘기파적인 컨센서스를 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채권 수익률이 위협적이지 않은 한 이는 증시에는 청신호"라고 설명했다.
고용열기 드디어 식어가나
미국 고용시장에 냉기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늘어났다. 이날 노동부 고용통계국은 지난 4일로 끝난 주의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3만 1000건으로 집계돼 전주보다 2만 2000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리피니티브(Refinitiv) 전문가 컨센서스 예상치는 21만 5000건이었는데 전망을 1만 6000건이나 상회한 것이다.

실업수당이 지난주보다 높았던 근접한 사례는 지난해 8월 26일로 끝나주에 기록된 23만 4000건이었다. 이후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3만건을 넘지 않고 19만~22만건 사이에 머물러 왔는데 이번에 갑작스럽게 청구가 늘어난 것이다.

시장에서는 고용시장의 냉각을 호재로 받아들인다.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의 강세가 올해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중앙은행이 금리인하를 계속 지연하고 있어서다. 경기침체는 어떤 전조를 보이기도 하지만 갑작스러운 냉각과 실업률 급증으로 시작되기도 한다.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고용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금리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에는 금리인하를 뒤늦게 시작한다고 해도 경제활동인구와 기업들의 심리가 얼어붙기 때문에 인하의 효과가 급속하게 퍼지기 힘들다.

한 주 앞서 지난달 27일로 끝나는 주에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한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178만 5000건으로 전주보다 1만 7000건 증가했다.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4월 실업률은 3.9%로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수준이다. 실업률이 5% 이상으로 급등하면서 제어되지 않는 상황에서 7%까지 치솟을 경우 이를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UBS "물가는 다시 하락" 골드만 "지금이 연착륙"
고용시장 보고서에 이어 1분기 물가상승이 다시 하락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투자은행 UBS는 다음 주 발표 예정인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시작으로 향후 물가 지표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주택 비용이 완화되고 앞으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할 것임을 나타내는 최근 데이터를 인용했다.

UBS의 솔리타 마르셀리는 "우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미국 인플레이션이 다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투자자들은 4월 CPI가 올해 1분기에 중단되었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재개되고 있음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경기침체 없는 연착륙을 예상했다. 사장이자 COO(최고운영결정권자)인 존 왈드론은 "도중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착륙은 가장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라며 "연착륙이란 것이 모든 지표가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부드럽고 좋은 베개 위에 착륙한다는 의미"라고 일깨웠다. 그는 "때때로 연착륙에 발작이 일어나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바로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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