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제병원 ‘대리진료 사망’ 의사…재수사 끝 7년 만에 기소

이지혜 기자 2024. 5. 10.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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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식이 처방을 잘못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 이아무개씨가 '의료 과실'(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가 재수사 끝에 공소시효를 2주 남기고 지난 3일 기소됐다.

피해자모임 대표를 맡은 김인규씨는 "이런 식의 의사 대리진료는 병원 전체의 공모 없이 불가능한 행위고 부실진료는 물론 보험급여 부정수급까지 연결되는 문제인데, 검경은 계속 미적지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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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소송에선 ‘의료과실’ 인정했는데
2차례 불기소에 고검 재기수사명령
클립아트코리아

충남의 한 종합병원에서 식이 처방을 잘못해 환자를 숨지게 한 의사 이아무개씨가 ‘의료 과실’(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가 재수사 끝에 공소시효를 2주 남기고 지난 3일 기소됐다. 사건이 발생한지 꼬박 7년 만이다.

ㄱ씨(사망 당시 63살)는 2017년 5월 뇌경색 증상으로 충남 논산에 있는 백제종합병원에 입원했다가 하루 만에 목숨을 잃었다. 입원 당시 ㄱ씨는 뇌경색의 흔한 동반증상인 연하장애(삼킴장애) 징후를 보였으나, 병원은 별도 검사도 없이 일반식을 처방했다. ㄱ씨는 식사 중 사레가 들려 의식을 잃었고,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부검을 통해 “음식물에 의한 기도 폐색성 질식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유족 쪽은 의료 과실 책임을 물어 의사 이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의사 이씨가 백제병원 소속 의사 이름을 빌려 불법 진료 중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이씨는 백제병원이 논산시에서 위탁받아 경영하는 논산시립노인병원의 상근 의사로 등록되어 있었으나, 주 3일은 백제병원에서 다른 의사 이름으로 진료기록부를 기재하고 대리로 진료해온 것이다. 이씨는 진료기록부 작성 시스템에 다른 의사 이름 뒤에 온점(.)을 찍은 아이디를 부여받아 진료했다.

병원의 ‘의사 쪼개기’와 이로 인한 부실진료 정황이 명확했지만, 1차 수사는 맥없이 종결됐다. 논산경찰서는 이씨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대전지방검찰청 논산지청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혐의로 이씨에게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이 내려진 게 전부였다. 검경의 부실수사에 실망한 유족은 이씨와 병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3년여 공방 끝에 “연하장애 검사 없이 망인에게 일반식을 처방한 과실이 있고, 망인의 사인은 기도폐색성 질식사로 판단할 수 있다”며 3400만원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유족은 확정된 민사 판결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이씨를 재고소했다. 논산경찰서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대전지검 논산지청은 이번에도 “민사 책임과 형사 책임은 구별된다”는 일반론적 이유를 들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유족은 이 결정에 대해 항고했고, 대전고검의 재기수사명령과 직접 재수사 끝에 지난 3일 이씨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이씨는 백제병원 소속 의사로 근무 중이다.

이렇게 백제병원의 ‘의사 쪼개기’와 부실진료로 피해를 본 환자는 ㄱ씨 말고도 3명이 더 있다. 유족을 포함한 ‘백제병원 피해자모임’은 이런 의사 쪼개기 뒤에 백제병원과 논산시립노인병원의 조직적 짬짜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요양병원인 논산시립노인병원은 상근 의료진 숫자가 많을수록, 종합병원인 백제병원은 진료행위를 많이 할수록 수가를 더 받는 구조여서, 두 병원이 상당 기간 대리 진료로 공모해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피해자모임 대표를 맡은 김인규씨는 “이런 식의 의사 대리진료는 병원 전체의 공모 없이 불가능한 행위고 부실진료는 물론 보험급여 부정수급까지 연결되는 문제인데, 검경은 계속 미적지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피해자모임은 백제병원과 이씨를 사기죄 혐의로 고소했으나 또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피해자모임은 병원과 의사 이씨를 보험급여 부정수급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신고했고, 공단은 충남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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