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나에서 그림을, 도시를, 아버지를 담다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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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샴 마타르(54)는 카다피 정권에 맞서다 실종된 아버지의 흔적을 좇는 자전적 작품 '귀환'으로 201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바아계 영국 작가다.
작가는 유학 시절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미술관에서 그림을 깊게 보는 것을 삶의 물리적·정신적 거처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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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에서의 한 달
히샴 마타르 지음, 신해경 옮김 l 열화당 l 1만6000원
히샴 마타르(54)는 카다피 정권에 맞서다 실종된 아버지의 흔적을 좇는 자전적 작품 ‘귀환’으로 2018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리바아계 영국 작가다. 작가는 유학 시절 아버지의 실종 소식을 들었는데, 그때부터 미술관에서 그림을 깊게 보는 것을 삶의 물리적·정신적 거처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13~15세기 이탈리아 시에나 화파의 그림들에 매료됐는데, ‘시에나에서의 한 달’은 ‘귀환’ 원고를 끝낸 뒤 한 달 동안 시에나에 머물면서 만난 그림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시에나는 “교회의 권위에서 벗어나 높은 수준의 자율성을 누리며 권력의 끈들을 조종한 주역”인 세속 정부가 ‘시민 통치’를 이끌었던 도시다. 도시의 심장인 푸블리코 궁전 벽면에 그려진 암브로조 로렌체티(1290~1348)의 ‘좋은 정치의 알레고리’ 등 프레스코화 연작을 보며, 지은이는 ‘정의’, ‘공공선’, ‘평화’ 등을 만들어내는 좋은 정치에 대한 칭송과 그것이 실패했을 때 뒤따를 ‘폭정’, ‘전쟁’ 등 나쁜 정치에 대한 비난을 음미한다. “이 프레스코화는 마치 민주적 통치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혹평하는 지점, 즉 그 기반이라 할 인간 본성에 대한 과장된 믿음과 공공선의 문제를 평범한 개개인이 가진 신뢰할 수 없는 모호한 내적 정신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점이야말로 이 체제의 강점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다.”
여러 그림들뿐 아니라 길에서 우연히 만난 자신을 초대한 가족 등 시에나라는 도시 자체가 여행기 전반에 녹아 있다. 오랫동안 고대해왔으나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아버지와의 재회에 대한 상념 등 지은이 자신만의 ‘내밀한 순례’를 함께하는 듯도 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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