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성남 34만원” 대한민국 이미지 ‘먹칠’ [현장, 그곳&]

이병기 기자 2024. 5. 1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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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콜밴’ 바가지 횡포 기승
화물운송 자격증 없고 번호판 ‘허’
인천공항 “관련 민원 접수 많지만
자체 단속요원은 공권력 없어” 한계
지난 8일 오후 11시30분께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D 입국장에서 불법 콜밴 기사가 서성거리다 외국인 관광객을 호객한 뒤 외부주차장에 주차한 렌트 차량 트렁크에 외국인 관광객들의 짐을 싣고 있다. 조병석기자

 

“불법 콜밴 때문에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까 걱정입니다.”

지난 8일 오후 11시30분께 인천 중구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1층 입국장 D출구. 입국한 중국인 남녀에게 회색 자켓을 입은 한 중년 남성이 다가서며 작은 목소리로 “택시?”라고 물으며 호객을 한다. 이 남성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택시 라이센스”라고 안심시키기도 한다. 그는 1층 다소 외진 곳에 주차한 검정색 그랜져 차량 트렁크에 중국인 관광객의 짐을 싣고 떠난다. 이 차량은 콜밴 영업을 할 수 없는 ‘허’자의 흰색 번호판이다.

앞서 이날 오후 5시께 T1 E출구 앞에서도 마찬가지. 정장을 입은 한 남성이 외국인 여성 등에게 접근해 호객을 한 뒤, 함께 지하1층 주차장으로 가 흰색 번호판의 카니발 렌트 차량에 손님과 짐을 싣고 주차장을 벗어난다. 인천공항의 한 단속요원은 “이 같은 흰색 번호판 차량으로 이뤄지는 택시 영업은 불법이다”며 “호객과, 바가지 요금, 불친절 등은 물론 사고가 나도 해결이 어려워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서 불법 콜밴 영업이 성행하고 있다.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 따르면 불법 콜밴 기사들은 인천공항 T1을 중심으로 약 70~80명이 오전과 오후 조로 나눠 조직적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현행 화물자동차 운송사업법은 화물운송 종사자격증을 보유해야 콜밴 영업이 가능하다. 영업용 차량 번호판은 노란색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공항시설법에서는 상품 및 서비스 구매를 강요하거나 영업을 목적으로 손님을 부르는 이른바 ‘호객’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항공사와 인천공항운영서비스㈜는 2명 1개 조로 24시간 불법 호객 단속을 벌여 해마다 600여건을 적발하고 있지만, 불법 콜밴 영업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 공권력이 없어 적발해도 제지 및 퇴거 조치에 그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운영서비스 관계자는 “단속요원들이 민간인 신분이다보니 ‘그만하세요’, ‘나가주세요’ 밖에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콜밴 영업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로 이어지고 있다. 한 단속요원은 “최근 한 외국인이 인천공항에서 경기도 성남까지 택시요금으로 34만원을 냈다는 민원을 접수했는데, 이는 강원도까지 갈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비싼 바가지 요금”이라고 말했다. 이어 “종종 콜밴 기사가 불친절하고 난폭운전을 한다는 민원도 들어오는데, 불법이라 확인하고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데도 정작 경찰은 손을 놓고 있다. 인천공항경찰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획수사팀이 있어 단속을 했지만, 지금은 자체 인력밖에 없어 단속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인천공항, 인천 중구청과 함께 합동단속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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